세 번째 날에
아침 일찍 큰딸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고 계세요?"
"k-mook 강의 듣고 있지!'
"오늘 뭐 하실 거예요?"
"산책도 하고, 주의에 명소도 찾아보고....."
"엄마!
좀 쉬는 것도 여행이에요!
무언가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보세요,
그냥 뒹굴뒹굴 구르며 머릿속을 비워 보세요"
"글쎄?
그렇게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는데..."
"엄마! 요새 여행 트렌드는 그냥 꼼짝 않고 쉬는 거예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게 아니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때리기도 하고?
, 뒹굴뒹굴 구르다, 분위기 좋은 맛집 찾아가는 거예요!"
평생을 ~~
혼자 여행도 안 해보고,
뒹굴뒹굴 살아보지도 안 했으니...
나는 그게 더 어렵다고 느껴졌다.
무언가 늘~ 도전해야 하고, 그래서 out put 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해야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거야?
요사인 그렇게 여행해야 잘하는 거야?
트렌드에 뒤떨어지긴 싫어서 냉큼 대답을 하고는,
듣던 강의도 덮어 버리고, 산책을 나선다.
걸으며, 생각하며, 어떻게 20일을 행복하게 지낼까? 하며...
편백나무 숲길에서 만난 국화 다발을 보는 순간, 나는 행복해졌다.
흐릿한 회색 하늘을 뚫을 듯 치솟은 편백나무가 너무 든든하다.
홀로 산 길을 걷는 이 고요함이 너무 좋다.
"뭐?
방에서 뒹굴뒹굴?
아니야
나는 내 방식대로...."
들어와서는 습관처럼 FM을 켜놓곤,
아! 오늘은 음악신청을 해야겠다.
두고 온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KBS 생생클래식 #9310으로 문자를 보낸다.
신청곡"Tchaikovsy <소중한 시절의 추억> op.42-3. Melody/그리움 아는 이 만이(None but the lonely)
평소엔 신청해도 잘 선택이 안되던 나의 사연과 신청곡이
12;45분쯤, 끝자리 3243번이 신청하신 곡, 사연과 함께 방송이 되었는데,
콩을 듣다 갑자기 녹음하려니 콩이 꺼져 녹음은커녕 음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허둥대다 음악은 끝났다.
그냥 제목을 껴안고,
울고 말았다.
소중한 시절의 추억의 바이올린의 선율과
그리움을 아는 이 만이....
베이스의 묵직한 음성이 그리움을 파고든다.
(가사 -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내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알고 있어
나 홀로
모든 즐거움에서 멀어져
하늘 저편을 보고 있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