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열한 번째 날과 열두 번째 날에

(친구들이 찾아오다)

by 파랑새 앵선



여고 동창 친구 둘이서,

내가 혼자 있는 모습이 궁금하다고, 걱정된다고

그 먼길을 달려왔다.

반갑고도 반갑다.


사과 , 바나나, 대추, 과자, 김치, 와인까지, 친정엄마 보따리처럼 푸짐하다.


낮부터 된장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사다 놓고, 상추를 씻고,

준비해놓은 저녁상을 펼치니 한가득이다.


수다 보따리가 풀어지니

저마다 가슴 깊이 숨겨 놓았던 비밀의 아픔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우린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들을 겪어 왔던가?

와인 한잔에,

내 슬픔도, 꿀꺽 넘어가고,

와인 한 잔에 그 대의 아픔도 삼켜 버린다.

우린 그렇게 그 긴 세월을 참아내며 살아왔던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

어떻게?

그냥 지금처럼?

아니지!


실천할 수 없는 결론은 하룻밤의 결론으로 끝나 버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우린 어느새,

아내로, 엄마로, 할머니로 돌아와 있었다.


위봉사와, 송광사를 거닐며 마음을 추스르고,


오성 한옥마을의 처마 끝을 바라보며, 기나긴 세월의 슬픔을 잊는다.


그래도 돌아갈 곳은 집!


떠나는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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