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명절
시어머니도 명절 스트레스가 있다.
딸 둘, 아들 하나
모두 결혼했다.
딸 둘은 명절이면 명절 음식을 준비해서, 시댁 어른들을 집으로 초대해 명절을 지낸다.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다.
나름 친정엄마인 나한테 배운 요리 솜씨로, 아니, 그보다 더 한 솜씨로 정성껏 준비해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명절을 지낸다.
딸 둘 이 누나고, 막내인 아들!
며느리!
손주가 이제 2년 6개월이다.
휴일이면 자주 와주는 아들네 가족!
그래서 보고 싶은 손자를 자주 본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며느리가 부엌 쪽으로만 와도, 앞치마를 입으려고만 해도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아들, 며느리 모두 직장을 다니니 누구든 시간 되는 대로 부엌일을 할 수밖에,
그 집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그저 예쁘게, 오손도손 살아주기만 해도 고마울 뿐....
우리 집에 와서조차도 아들은 열심히 설거지를 해댄다.
며느리가 못하니 아들이 하지만, 까짓 설거지 누가 하면 어떠랴! 하고 내 마음을 다독인다.
시어머니인 나도 명절! 스트레스이다.
3일 전부터 시장을 봐야 한다.
재래시장에서 사야 할 것, 마트에서 사야 할 것, 대형마트에서 사야 할 품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한 곳에서 사면 편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절약 차원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을 어쩌랴?
우리 시대는 그렇게 살아온 나 자신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와서 이만큼 실아내 왔지 않은가?
어제는 빈대떡을 부치고(남편 고향이 이북이라 빈대떡을 찾으니), 오늘은 잡채재료준비를 한다.(소고기, 오이, 당근, 버섯, 당면, 양파) 썰고, 양념하고, 갈비를 재울 양념준비를 하고(특히 딸들이 좋아하는 기름기 없는 담백한 엄마의 갈비찜), 아들이 좋아하는 겨자냉채를 위해 소스를 만든다.
고사리를 삶고, 구절판 만들 재료를 손질하고, 항상 만드는 전을 생략 헸지만, 아직도 할 일은 많다.
내일이 설날이지만,
딸들은 설날을 시댁식구들과 지내야 하니. 설날 다음날 모두 모이기로 한다(11명).
아들의 전화가 왔다.
" 엄마! 제발 간단하게 하세요"
딸 들도 전화가 왔다
" 엄마! 제발 간단하게 하세요"
"알았어! 엄마도 이제 힘들어서 간단하게 할 거야"
공허한 대답이 부엌 천장을 때린다.
냉장고 가득!
준비한 음식들은 쌓여 가고, 자식들을 기다리는 어미의 마음은, 명절이면 시어머니에게 받았던 타박과,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해 주시던 명절음식이 오버랩되며, 친정엄마가 그리워 눈물짓는다. 우리 시대는 왜 그리 시어머니의 타박이 많았는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는 풀지 못한 채, 나도 어느새 시어머니가 되어있다. 시대가 변해감을 느끼면서...
내 자식들도
내 가 떠난 후
그리워하겠지?
이렇게 준비한 명절 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