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을 운영 중인 애경은 꿈을 거의 꾸지 않거나, 꿈을 꾸더라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시 좋지 않은 꿈을 꾸더라도 그 꿈이 현실에서 나타나 꿈땜을 해 본 적은 없었기에 나쁜 꿈을 꾸거나, 좋은 꿈을 꾸더라도 그냥 무심히 넘기게 되었다.
그런데, 가까운 1년 사이에 불규칙적으로 꾼 꿈들은 어쩐 일인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꿈은 바로 평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유명 인사들을 만나는 꿈이었다.
꿈속의 유명 인사들을 유난히 좋아하거나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음에도 그녀의 꿈속에 등장한 것이었다.
제일 첫 번째 꿈은 선한 영향력으로 유명해 유느님으로 불리는 그의 꿈을 꾸었다.
무슨 사무실 같은 곳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뭔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이 꿈을 꾼지는 사실 조금 오래전이었다. 이 꿈을 꾸고 나서 그가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두 번째 꿈은 뜬금없이 현 대통령 내외를 만났다.
스스름 없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딘가를 같이 담소하며 걷는 꿈이었다.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세 번째 꿈은 더 뜬금없었다.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꿈에서 만난 것이었다.
손흥민 선수가 집으로 놀러 와서, 마치 잘 알던 친지인 양 같이 식사도 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손흥민 선수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날 정도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기대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혹시나 해서 복권을 몇 번 사보기도 했지만, 역시나였다.
딱히 별다른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기는 줄 알았더니....
꿈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학기를 앞두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회사 직원분들 중 이번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분들이 37명인데, 그분들에게 문구세트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는 전화였다.
그렇게 빳빳한 100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받고, 열심히 선물세트 37개를 포장해 드렸다.
이런 일은 문구점을 10년 이상 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제서야 지난 꿈땜을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긴 했지만, 무사히 옮기게 되었고, 피곤이 누적되어 쌓였지만, 다행히 몸살까지 걸리지는 않고 건강하니 이 모든 일이 꿈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사를 하면서 허전한 거실 벽에 해바라기 그림을 한 점 걸었다.
막 해가 솟아오르는 넓은 들판에 해바라기들이 피어있는 그림인데, 그 그림을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면 마주하는 벽에는 황금색 자작나무 오솔길 그림을 걸어 두었다.
이 그림 역시 문을 여닫을 때마다 황금 오솔길을 걸어가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림의 기운이든, 그동안 꾸었던 좋은 꿈들의 뒤늦은 꿈땜이든, 아니면 매일 하는 확언의 효과이든 그 어느 것이면 어떻겠는가!
오늘 애경의 기분은 몸은 좀 노곤하지만 하늘을 날 것 같이 행복하다.
이 행복한 기분만으로도 이미 지난 꿈땜은 하고도 남은 것 같아 애경은 너무 감사했다.
별 탈 없는 무사하고, 평안한 하루하루가 바로 꿈땜이 아닐까 싶었다.
하늘은 어찌 저리 파랗고 아름다운지, 파란 하늘에 드리운 구름은 어찌 저리 사랑스러운지....
자꾸만 웃음이 간질간질 퍼져 나와 하늘의 구름 속으로 흩어진다.
오늘따라 쌀쌀한 바람에 펄럭이는 어닝을 따라 봄이 살며시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메마른 나무 가지들 위로 풋풋한 연초록의 색상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 조금은 춥지만, 마음은 이미 따스한 봄으로 가득 차 있다.
오래 기다린 꿈땜이 이제부터 시작되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