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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Jul 22. 2023

와~ 방학이다


수요일 문구점 앞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돌입했다.

아이들은 한 달 동안의 이별을 위해 학교에 두었던 책이며, 키우던 식물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학 동안 문구점은 계속 영업을 하기에 다시 볼 친구들도 있겠지만, 먼 곳에 사는 친구들은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이다.


학교가 방학 시즌이 되면 학교 앞 문구점인 우리 가게도 방학 시즌으로 돌입한다.

아이들 등교에 맞춘 8시 오픈 시간이 휴일 오픈 시간인 10시로 바뀌고 한 시간 일찍 문을 닫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나도 마치 방학을 하는 기분이 든다.


한 달간의 짧은 이 방학을 나는 어떻게 활용해 볼까? 마치 초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이런저런 방학 계획을 세우면서 설레기도 한다.


늘 계획하는 운동, 다이어트, 책 읽기, 집 정리 등 할 일이 많지만 이번 여름 방학은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는 자유로운 여름방학을 보낼까 생각 중이다.

그저 방학 그 자체를 즐겨 볼 예정이다.



방학 첫날인 목요일은 아침에 일찍 눈이 떠 모처럼 아침 명상을 하고, 미뤄 놓았던 기니피그 집 청소를 마쳤다. 그러고도 여유가 생겨 평소 못 누려 본 호사를 누려 보았다.


그건 바로 방학이 아니었으면 아이들과 복작거리고 있을 이 시간에 한가로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일이다.

마치 작가가 된 기분으로 볼륨을 잔뜩 키우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느낌이 꽤 좋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저 방학이라는 상황만 변했을 뿐, 평소 주말 출근하는 시간에 나가는 것인데, 왜 그때는 이 여유를 누리지 못했던 것일까?


© gettyimages, 출처 Unsplash



금요일은 마치 그동안 비구름에 가려 숨죽였던 태양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라도 하려는 듯 아침부터 해가 쨍쨍했다. 폭염경보였다.

이 따가운 햇살을 뚫고 조금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딸을 만나러 서울로 출발했다.


늘 가게 안에 있던 이 시간에 버스-기차-전철을 이용해 딸을 만나러 간다니 정말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폭우로 인해 운행 중단이 되었던 기차는 40분이나 연착이라 표를 두 번이나 바꾸며 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딸이 올봄에 작업실 근처인 망원동으로 이사를 했다.

집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미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집에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이삿날 가보고 사진으로 접했던 딸의 방은 생각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망원동에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도 많고, 망원시장도 있고, 근처에 한강공원도 있어 늘 계획적인 딸은 나에게 뭘 먹고 싶은지 미리 사전 조사를 했다.

금요일 저녁은 곱창전골을 먹고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돌아와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넷플릭스 영화를 봤다.




토요일인 오늘, 아침 겸 점심으로 쌀국수와 반쎄오를 먹었다.

이곳도 늦게 오면 대기가 늘 있는 맛집이라고 한다.

망원동은 참 신기한 동네다.

오래된 구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나 식당들이 옛날 주택들과 어우러져 망원동만의 특이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딸과 단둘이 즐긴 1박2일의 신나는 망원동 투어도 방학이기에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은 프리한 여름방학, 힐링 되는 여름방학으로 즐겨 보리라.


돌아오는 열차 안.

잔뜩 찌푸린 잿빛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넓은 기차 창에 빗방울이 무늬를 만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비에 젖어

딸에게로 여행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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