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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Sep 02. 2023

지금 만족하시나요?

요즘 나는 인터뷰를 하느라 바쁘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출간되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의 인터뷰어는 바로 문구점 앞 초등학생들이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이맘때쯤 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초등 2학년 교과 중에 동네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찾아가서 질문을 하는 내용이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질문들을 하기에 나는 아이들과 나의 편의를 위해 주로 많이 하는 질문 몇 가지를 프린트해서 아이들이 오면 그걸 보여 주었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이 인터뷰가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 부활을 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수줍은 얼굴로 설문지와 연필을 들고 혼자, 또는 엄마나 아빠와 함께 와서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을 한다.

질문은 서너 개 정도인데, 주로 하는 질문들은 영업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하는 일은 무엇인지,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게 있는지,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그런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내가 보여주는 프린트를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담아 가고, 거기에 없는 질문은 추가로 하기도 했다.


© leuchtturm_entertainment, 출처 Unsplash


그런데, 올해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몇 가지 질문이 있었다.

문구점은 왜 하게 된 건지, 좋아하는 노래는 어떤 건지, 꿈은 무엇인지, 지금 만족하고 있는지, 이런 예상밖의 질문들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문구점을 왜 하게 된 걸까? 사실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문구점 주인이 꿈이어서도 아니었다. 가끔 아이들 중 문구점 주인이 꿈인 아이들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아이들을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문구점 아줌마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었나? 재미없게도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는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최신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문구점에 오면 늘 노래가 흘러나오니 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나에게 추억이 스며 있는 특별한 노래가 있기는 하다.

언젠가 블로그에도 올렸던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로 시작되는 4월과 5월의 <장미>라는 노래이다. 그 노래를 들을 때면 나는 풋풋하고 서툴렀던, 염세적이며 자만감 높았던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돌아간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립고, 몽글하고, 아릿하고, 간지럽고, 어설프고, 왠지 애달프다.


어떤 아이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전 같았으면 딱히 대답을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올해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작가"라고. 이미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니까....


내가 정말 계속 두고두고 생각하는 질문은 "지금 만족하시나요?"란 질문이었다.

난,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매일 오늘, 지금 행복하다고 쉼 없이 확언을 하고 있으니 -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풍요롭고 감사하다를 글로 쓰고 틈나는 대로 외치고 있는 중 - 나는 만족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지금 전혀 만족하고 있지 않다.


© ykriii, 출처 Unsplash


나는 목이 마르다.

이대로 살기 싫다.

변화하고 싶다.

좀 더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열망이 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잠재의식을 움직여 행동하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내가 되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지금 뒤집어쓰고 있는 나의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

이상한 갈매기 조나단이 되고 싶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았다고 뒤돌아 보고 싶다.

그래서 오늘 하루, 조금은 힘겹고 피곤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 내가 만족할 만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나의 미래가 만족한 미래가 될 터이니 말이다.


언제쯤이면 "지금 만족하시나요?"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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