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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Sep 23. 2023

가을비 앞에서


가을비가 주룩주룩 종일 내리고 있다.

가만히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여름이 드디어 마무리를 하는구나 싶었다.

올여름은 유난히 뜨겁고도 길었으며 흉포하고 어수선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환한 대낮, 영문도 모른 채 칼에 찔려 다치고 사망했고, 인도로 돌진한 차에 무고한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산책길에서 성폭행을 노린 범인에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모두 묻지마 살인이었다.

또 한편에서는 어느 선생님이 학교에서 자살을 했고, 또 다른 선생님은 투신을 했다.


교권 추락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실을 알게 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들이 수두룩했다.


한창 해맑고 이쁘고 천진난만한 8살 아이들이 금쪽이가 되어 가는 현실....

그 금쪽이를 만든 부모는 자신의 잘못은 모른 채 선생님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들....

게다가 학교의 책임을 감당해야 할 높으신 분들조차 그저 본인의 앞가림에 급급해 학교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무슨 일을 해도 건드리지 말아라"


아이들을 훈육하고 교육하는 기관이 학교가 아니었던가?

아이들에게 그저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 학교가 아니었나?

그런데, 학교가 교육을 포기한 것이다.


© wanderfleur, 출처 Unsplash


얼마나 선생님들이 시달리고, 괴로웠으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었을까?

그 선생님들이야말로 부모님들의 진정한 금쪽이었을텐데....

학교가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렇게 금쪽이들을 포기하면 8살 어린 이 아이는 나중에 어떤 괴물로 자라날까?

그 생각을 하니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 부모는 도대체 자기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일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들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긴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 이제부터 살아가야 할 세상....

변화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에 벅찰 때가 있다.

모든 것들이 변해 가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마저 변질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 세상에는 지켜져야만 하는 것들이 있고,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정신이 있다.

그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는 올여름 벌어졌던 것보다 더 큰 사건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먼저 교육이 제대로 단단하게 서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아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도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는 미래 세상에 더 이상 희망은 없지 않을까? 온통 나 자신밖에 모르는 금쪽이들이 가득 찬 세상을 상상해 보라. 어떤 일들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것만 같다.


© taypaigey, 출처 Unsplash


종일 내리는 비 때문인지, 이렇게 우울한 세상을 상상하는 그 자체만으로 더 우울해진다.

아직은 훌륭한 부모님들이, 그런 부모님 밑에서 남을 배려하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기다릴 줄 알고, 참을 줄도 아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걸 안다.

내가 매일 보는 아이들만 해도 밝고, 해맑고, 조금은 장난꾸러기지만 지킬 선은 지킬 줄 아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나이 먹을수록 걱정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그 때문일까? 왜 이렇게 남의 일 같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행복하고 찬란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건 인간으로 태어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아이답고, 어른들은 어른답고, 부모들은 부모답고, 선생님은 선생님다울 때 이 세상이 바르게 굴러가지 않을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모두 자기다움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더 이상 마음 아픈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이번 일들을 계기로 비틀어진 일들이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세상이 비틀어진 것일까?

내리는 빗줄기마저 바람에 흔들려 옆으로 내리고 있다....


원래 '금쪽이'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자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문제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지칭해 '금쪽이'라고 쓰이기도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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