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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토끼 Sep 30. 2023

파란하늘 속을 유영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면 왠지 슬픔이 차오른다.

명징한 슬픔.

그 파란 하늘에 걸려있는 낯달마저 구슬프다.

어느덧 바람이 차다.

이 바람이 스산해서, 눈물겹다.

흔들리는 나뭇잎조차 눈물겹다.

나의 삶이 그리고 당신의 삶이 눈물겹다.


요즘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뒤늦게 사추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허우적거림이 좋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기에....


인생은 참 덧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것만큼이나 공평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뿐인 삶.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그 삶이 누구에게는 힘겹고,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나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그 모든 것의 원인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모두 나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내가 행복할 것인가? 불행할 것인가는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다고 그걸 아는 나는 마냥 행복하고 마냥 신나고 마냥 즐거운가?

그건 또 아니다.


어차피 삶이란 것이 희로애락이 함께 모여 굴러가는 것이다.

행복은 크게 느끼고, 고통은 작게 생각하면 된다. 그 고통 안에서도 감사함을 찾으면 된다.

아무 일 없는 평안한 하루야말로 엄청난 행운이며, 축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아차리면 된다.


파란 하늘을 보면 눈이 시리다.

저 파란 하늘 속을 유영해 보고 싶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뭔가 삶의 이치가, 자연의 섭리가 저절로 깨우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모두 자신만의 그릇만큼, 자신만의 크기로 이 세상을 알다 간다.

자기 자신마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내게 주어진 삶인데, 왜 나는 주인공으로 살지 못했을까?


파랗게 시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왜 나는 슬픔을 느끼는 걸까?

이 명징한 슬픔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자꾸 망설이게 하는 것일까? 왜 나는 실행하지 못할까?

누구보다도 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데 왜 자꾸 어제와 같은 나로 살아가려 하는 것일까?


이 딱딱한 껍질을 깨는 일은 왜 이리도 힘겨울까?

매일 결심하고 매일 무너지고 겨우 추슬러놓은 자신감은 한순간에 쪼그라든다.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넘치게 사랑할 수 없는가 보다.


지난 후회와 미련은 다 떨쳐버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직도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 rayjo, 출처 Unsplash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자고 다짐하면서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지난날을 왜 돌아보는 것일까?


어제의 나는 이미 죽고 없다. 나는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하루마다 태어나고 또 죽는다.

어제의 나는 안녕.

부족하지만 잘 살다 갔다.


오늘의 나여 안녕?

오늘 나는 한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다.

그리하여 포근한 나의 슬픔을 꼬리에 달고 저 눈부시게 파란하늘을 우아하게 유영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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