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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파울로 코엘료|삶의 마법을 배우러 떠나다

감성토끼의 북리뷰 - 딸이 떨구고 간 책 읽기

by 감성토끼
[작가소개] 파울로 코엘류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신비주의 작가이며 극작가, 연극연출가, 저널리스트, 대중가요 작사가로도 활동한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의 영혼과 마음, 그리고 자아의 신화와 만물의 정기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자아의 삶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끊임없이 반문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투박하고 간결한 문체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내밀히 탐구하라는 메시지로 여러 소설을 펴내고 있다.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한 포기 한 포기의 역사 속에
온 세상의 성장이 깃들어 있음을.

- 파울로 코엘료 -

파울로 코엘료는 순례중에 만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브리다>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마법을 배우고 싶어 마법사를 찾아간 스무살의 브리다.

일단 길을 발견하게 되면 두려워해선 안되네. 실수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해.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일세


그녀는 태양 계승 마법사에게 승낙을 받고 숲속에 홀로 남겨졌다.

첫날 브리다는 공포와 싸워야 했고, 어두운 밤을 배웠다.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브리다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태양 전승 마법 수업에 실망해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서도 그녀는 마법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고 서점 주인으로부터 '위카'라는 사람을 소개받는다.

달전승위카와 마법수업을 하면서 브리다는 자신의 전생과 만나고 결국 마법사를 다시 찾아간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길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온몸을 던지는 게 두려운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꼽는 사랑에서조차 그녀는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중략-
선택에는 늘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었다.그러나 이것이 삶의 법칙이었다.
이것은 어두운 밤이었고, 아무도 거기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평생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것도 변화시킬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그조차도 그 자신이 내린 결정이고 변화이기 때문이었다.
© rhett__noonan, 출처 Unsplash


이 책은 줄거리 그대로 보자면 브리다라는 스무살의 아가씨가 태양 전승인 마법사와, 달 전승 위카를 만나 마녀가 되어가는 과정을 쓴 책일 수도, 스무살 브리다가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 담긴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파올로 코엘료의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에 관한 이야기는 영적 탐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위카의 말을 빌려 살짝 드러난다.

마법은 최고 지혜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야. 인간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으로 그 지혜에 다다를 수 있어. 마음에 사랑을 담고 임한다면 말이지.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은 일상적이지 않다. 현실적이지 않다.

브리다에서는 특히 그렇다. 브리다의 여정 자체가 마법을 배우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 이기에 더그럴 수 밖에 없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브리다는 삶의 몇가지 문제를 알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한다.


한때 나도 '인간은 왜 사는 것일까'란 근원적인 문제에 집착해서 교회를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었다.

그 다음 부터의 여정은 전혀 다르지만...


그래서 일반적인 생각으로 이 소설들을 읽다 보면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어렵다. 그래서 모든 편견들을 내려놓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누군가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듯 그런 마음으로 읽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잔잔하다. 브리다가 마법을 전수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전생이야기라든지, 남녀간의 섹스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소울메이트를 만난 엄마의 이야기라든지....


잔잔한 강물 위에 떠있는 배위에서 반짝이는 물비늘을 보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면 따스한 햇살에 살짝 졸릴 수도 있다.


이 책은 잔잔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역시 파울로 코엘료의 삶에 대한 성찰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문장 하나 하나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우리의 삶에 자양분이 되는 그런 구절들이 많다.


그런 멋진 글들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파울로 코엘료 작품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 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때 인간은 왜 사는 것일까의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매던 그 어린시절의 나는 이제 삶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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