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토끼의 북리뷰 - 딸이 떨구고 간 책 읽기
[작가 소개] 빅터프랭클(Viktor Emil Frankl)
빈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이며 미국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로고테라피를 가르쳤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1905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났고,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3년 동안 다카우와 다른 강제수용소가 있는 아우슈비츠에서 보냈다.
이 때의 경험을『강제수용소를 체험한 한 심리학자』라는 책으로 1946년 출판하였다. 강제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을 자유와 책임 있는 존재로 파악한 독자적인 실존분석을 세우고, 그 치료이론으로서 의미치료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주창했다.
주요 저서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원제:『Man’s Search for Meaning』), 『Psychotherapy and Existentialism』『The Unconscious of God』『The Unheard Cry for Meaning』『The Doctor and the Soul』 등 다수가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딸이 힘들었을 때 봤던 책이다. 딸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기에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딸이 독립하면서 집에 떨구고 간 책들은 그래서 나에게는 딸의 고난의 흔적을 예측해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태계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수용되고 그의 아내, 부모님, 남동생은 모두 그곳에서 사망 했으며 그와 여동생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200명 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는 가축우리 같은 건물에 구겨 넣어졌다. 우리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바닥에 드러눕기는커녕 쭈그려 앉아 있을 만한 자리조차 없었다. 나흘 동안 우리가 받은 양식이라고는 5온스짜리 빵 한 개가 전부였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루 한 컵의 물이 배급되면 반만 마시고 나머지로 세수와 면도를 했다. 깨진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해야 하는 환경이었지만 그는 면도를 거르지 않았고, 덕분에 건강해 보일 수 있어서 가스실로 가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ㅡ중략ㅡ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혀졌다. 왠지 딸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다.
주어진 시련을 자신만의 짐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회로 삼아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딸은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너는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기에 이런 시련을 주실까"라고 나도 모르게 딸에게 했던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울컥했다.
오래전에 우리는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단계를 통과했었다.
그 순수한 물음은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창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것으로 삶을 이해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삶의 의미는 삶과 죽음, 고통받는 것과 죽어가는 것까지를 폭넓게 감싸 안는 포괄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시련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시련 속에 무엇인가 성취할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 시련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로고테라피'를 창안해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직접 대면하게 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구절들이 딸에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시련을 이겨내 더 단단해지게 하는 어떤 힘이 되었을까?
삶의 굴곡,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인간의 존엄성을 닥터 프랭클은 스스로 증명해 내었고, 그 속에서 '로고테라피'라는 자신만의 실존적 철학을 창안해 낼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포기하지 말아야 할 그 기본 가치를, 나약한 인간이기에 쉽게 벗어던지고 동물보다 못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들임을 우리는 거의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살아간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나라는 존재와 그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오늘도 어제보다는 가치있게,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사람답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만약 지금 현재 어렵고 힘든 분이 계시다면,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았던 빅터프랭클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