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미하엘 엔데(Michael Ende)(1929~1995)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아버지로부터 풍요로운 예술적 영향을 받으며 자란 미하엘 엔데는 영혼이 피폐한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되찾아준 작가이다. 엔데는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판타지 소설 외에도 아름다운 동화와 그림책, 희곡, 시 등 매우 다양한 작품들을 썼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1995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그를 단지 작가로서가 아니라 '동화와 판타지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로 재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가 오고나면 만개했던 벚꽃들은 다 지고 말겠지요. 이렇게 또 한 번의 봄이 저물어 가려나 봅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옛날이야기를 한편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옛날 옛날에 높은 산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과 왼쪽에 '오른쪽 나라'와 '왼쪽 나라'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양쪽 나라 왕비들이 같은 날 각각 딸과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두 왕실에는 13촌 뻘 마녀 고모가 있었는데, 아이들의 세례식에 양쪽 나라 모두 깜빡 잊고, 그녀에게 초대장 보내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성질이 고약한 마녀 고모는 화가 잔뜩 났어요.
그 마녀 고모는 아이들의 세례식에 나타나서 한쪽 나라에는 도자기로 만든 냄비 하나를 건네주면서(이 냄비 안에는 국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국자에는 또 다른 냄비가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다시 아주 작은 국자가 그려져 있었어요. 냄비와 국자 그림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답니다)이렇게 말했어요.
"이것은 보통 냄비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냄비라네. 냄비와 한 짝이 되는 국자로 저어 주기만 하면 이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수프가 가득 담기게 될 거야. 배고픈 사람들이 아무리 먹어대도 수프가 줄어드는 일은 없다네. 이 냄비에 맞는 국자는 직접 찾아보게"
그리고 다른 나라에는 도자기로 된 국자를 건네주면서 말했어요 이 국자에도 냄비와 국자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답니다.
"이건 보통 국자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국자라네. 일단 이 국자와 한 짝이 되는 냄비를 찾아 이 국자로 휘젓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영양가 있는 수프가 그릇 안에 가득 차서 아무리 먹어도 절대로 수프가 줄어들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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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고모가 떠나고 난 뒤, 양쪽 나라엔 국자와 냄비만 달랑 남았어요.
각종 냄비와 국자를 동원해 저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결국 각 나라의 왕들은 각각 국자와 냄비를 찾으러 신하들을 파견했어요.
그동안 왕자와 공주는 둘 다 아름답고 총명한 아이들로 자라났고, 우연히 산꼭대기에서 서로 마주쳤어요. 그러다 점점 친해졌고 자기들 나라의 국자와 냄비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둘은 그 냄비와 국자를 합치면 평생 굶주리는 일 없이 백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좋아했지요.
하지만 각자의 부모님에게 말을 한순간, 두나라는 서로 상대방의 것을 훔쳐 오게 되고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전쟁으로 인해 곳간은 불타고 먹을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 와중에 공주와 왕자가 없어진 것을 안 두나라의 왕과 왕비는 앞날을 상의하기 위해 산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지친 그들이 산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숨어있던 공주와 왕자가 냄비와 국자를 들고 나타나 냄비에 든 맛있는 수프를 모두에게 배불리 대접했어요.
그 후 공주와 왕자는 결혼을 하고 국자와 냄비는 결혼 선물로 갖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그 궁전을 찾아가기만 하면 수프를 실컷 먹을 수 있다네요.
다만 궁전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찾아내야 하지만 말이에요.
지금까지 '미하엘 엔데'의 '마법의 수프'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책의 저자 미하엘 엔데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모모'의 작가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정말 기발하고, 엉뚱하고, 아이 같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분이셨던 거 같습니다.
왜 사는지 알기 위해 길을 떠난 곰돌이 인형 워셔블!
학교 가기 싫어 땡땡이치면서 상상여행을 떠난 헤르만!
악몽을 먹어치우는 꿈 먹보 이야기 등등.
미하엘 엔데는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6년이나 걸리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하니 얼마나 정성을 들여 작품을 집필했는지 알 것 같네요.
일단, 술술 읽히면서 재미있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쉬운 글이 딱 제 스타일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몽환적인 작품도 괜찮겠지만 저는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단순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그런 작품들이 좋아요.
저의 글쓰기도 누구나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뭔가 삶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면서도 따뜻함이 흐르는 그런 글쓰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