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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의미, 난 어른 인 걸까?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by 감성토끼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마음은 나이들지 않는다고, 어느 지점에서 마음은 그대로인데 나이만 먹는다고....

그 말씀을 내가 나이들어 보니 알겠다.

몸의 나이와 생각이 나이, 의식의 나이는 늘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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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는 1963년생, 만으로 59세이다.

그런데, 내 정신적인 나이는 몇 살일까?

40세 언저리에서 멈춰있는 느낌이다.

아니, 40세의 나이는 어떤 생각과 느낌인지, 50세의 나이는 어때야 하는 것인지, 60세의 나이는 또 어떤 색깔로 느껴져야 하는 것인지 난 아직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적인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나이를 잊고 살아왔다. 정말 내가 몇 살인지 물어보면 한참 계산을 해야 할 정도로 나이에 무관심하게 살아왔었다.

그런데 60이 되니, 잊을 수 없는 숫자가 되고 말았다. 내년이면 만으로도 꽉 찬 60세가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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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30(이립而立)에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40(불혹不惑)에 세상 욕심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50(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 하늘의 뜻을 알게 되고, 60(이순耳順)에는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이해했으며, 70(종심從心)에 이르러서는 어떤 일을 해도 세상의 법칙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72세에 돌아가셨으니 그 이후의 나이는 어때야 하는지 그 지표마저 없지 않은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자를 따라 살아갈 수는 없으리라.


국어사전에 정의된 어른은 다음과 같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사람

결혼을 한 사람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해당되어도 어른이고 다 갖추어도 어른이리라.


사실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이 한 가지마저 제대로 못하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에서 뭔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어 찾아보니 나무위키의 어른에 관한 정의는 "확립된 자아를 가지고,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인간"이라고 되어 있다.

이 정의가 좀 더 참다운 어른의 정의이려나?


그렇다면 나는 어른인가?

진정한 어른의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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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몇시간 전만 해도 정말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손님들의 행동이 바로 물건을 손으로 만지고 다니는 거다.

어느 정도는 허용을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참지 못하고 꼭 한 마디를 하고야 만다. "눈으로 보고, 살 것만 가져와 주세요~" 근데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이들이 가끔 있다. 바로 몇시간 전의 그 아이들 같은....

너는 지껄여라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하면서 특히 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인형을 마구 주물러대는 게 아닌가!


순간 욱해서, "사기 전에는 너네 물건이 아니야! 왜 그렇게 여기저기 주무르고 다니니?" 하고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결국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수근 거리더니 나가버렸다.

아~ 나 어른 맞아? 왜 그렇게 유지하게 군 걸까? 바로 그때의 내 정신연령은 그 아이들하고 똑같았던 것 같다.

차분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일을 욱해서 결국 아이들이 마음 상해 나가게 해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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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나이만큼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지고, 사람 보는 눈이 깊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많아지고, 남들과의 비교는 줄어들고, 웬만한 일에는 화가 나지 않으며, 어지간한 일들은 다 품어줄 수 있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가능한 나이는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우리는 나를 포함해서 어른인 듯 어른 아닌 어른 같은 어른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된 어른은 너무 힘겹기에 우리 모두는 어른이 되기 싫은 자발적 피터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다운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다운 아이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다운 어른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난, 지금 몇 살의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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