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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by 감성토끼

요즘 뒤늦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나의 해방일지>이다.

서울인 '계란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 '흰자'로 사는 삶.

그러고 보니 나는 결혼전에는 계란 노른자에 살다 결혼하면서 계란 흰자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 삶이 너무 힘겨워 딸은 몸이 아파왔고 (평택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다 너무 피곤해서 위염에, 면역력저하에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다) 결국 서울로 독립해 나가야 했다.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나름의 상처 하나씩 간직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해서인지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아려왔다.

오늘 나는 드라마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주인공인 미정이가 얼떨결에 만든 해방클럽의 멤버들 처럼 나도 나의 해방일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해방일지....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인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벗어던지고 싶다. 착하게 살기 싫다. 성실하게 살기 싫다. 고상한 척 살기 싫다. 바른사람인 척 살기 싫다. 누구도 아닌 스스로 단단이 씌운 이 껍질들을 부셔 버리고 싶다.

그저 욕망에 충실한, 이성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한번 쯤 막 살고 싶기도 하다. 상스런 욕도 실컷 해 보고 싶다.

친절한 척, 따스한 척 나를 옭아매고 있는 그 모든 것들로 부터 한 번이라도 해방되어 보고 싶기도 하다.


해방이라고 하니 왜 이런 단순한 생각이 나는 걸까?

그러려면, 내 생애 가능하기는 할까? 아마 다시 태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들은 역시 젊었을 때 해봐야 하는 거였다.

이 나이 먹어서 막 살겠다니, 무슨 주책이란 말인가!!

좀더 어릴 때 이렇게 막 살다가 나이들수록 반듯하게 정갈하게 살아야 하는데~~

역시 난 막 살 기회를 놓쳤다.

내 남은 삶을 이렇게 막 사는데 허비하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차원적인 것에서 해방되는 삶 말고, 나를 둘러싼 두려움, 나약함, 소심함, 비뚤어진 편견들 이런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보는 건 어떨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생각을 너무 오래 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내내 생각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을 오래 하다 보면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만한 사람일까?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요소가 부각되어 자신감이 바람 빠진 공처럼 쪼그라든다.

그러니, 그냥 생각나면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남의 눈치 따위야말로 개나 줘버리고 일단 저지르는 거다.


그 첫걸음이 문구점 아줌마의 세상 이야기 연재였고, 브런치작가 도전이었다.

그리고 문구점 곳곳에 좋은 글귀들을 붙여 놓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출력해서 코팅까지 해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이 가끔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나도 정리하는 틈틈이 그 글귀들을 읽어 보며 나를 다잡아 보기도 한다.


이런 작은 일에서 부터 그동안의 나자신에게서 좀더 건설적으로 해방되어 보려 한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카페에서 책보기, 그리고 꼭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 볼 생각이다. 그동안 생각으로만 해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실행해 볼 예정이다.

안해 본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도 하다.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나자신의 프레임으로부터 해방되어 볼 생각이다.

이 케케묵은 단단한 껍질들을 하나씩 부숴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평범하고, 애잔한 나의 삶을 추앙해 주려 한다.

잘 살아왔다고, 그 정도면 괜찮게 살았다고, 막 살지 않았으니, 열심히 살아보려 했으니 되었다고 위로와 함께 추앙하며 과거의 삶을 떠나 보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지금 이순간의 나를, 나의 삶을 진심으로 추앙할 것이다. 그러면 내일의 삶은 당연히 추앙으로 점철된 삶이 되겠지.

다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추앙할 것이기에....

내가 추앙할 수 있는 나의 삶, 내가 환대할 수 있는 나의 삶. 그거면 된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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