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마음 여행
늘 같은 하루, 늘 만나는 사람들, 늘 보는 풍경,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이상하게 이 모든 것들이 어제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득 모든 것들이 덧없고,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괜스레 짜증이 나고, 갑자기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매일의 날씨가 다르듯 내 마음의 날씨도 그러하다.
사실 누구에게나 늘 기분 좋은 날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또는 약간 업되어 보내던 일상에 가끔 한 번씩 이렇게 구름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생각해 보니 결혼 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까맣게 잊고 살던 나를 불현듯 만날 때가 있다.
그때도 평소 열심히 살다 갑자기 문득 모든 게 부질없고, 뭔가 마음이 허전하고, 무언가 빠뜨리고 사는 것 같고, 그냥 한없이 가라앉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럴 때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내가 등장했던 것 같다.
먹구름에 잔뜩 덮여 있는 나를 가슴 한편에 머무르게 하고, 평소처럼 똑같은 모습의 가면을 쓴 또 하나의 내가 일상을 계속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었던 것 같다. "괜찮아~~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그러면서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평소의 내가 되어 또 하루 일상을 열심히 살아갔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시커먼 먹구름까지 동반하고 찾아온 오늘의 마음 날씨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긴다.
아,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흐린 날이구나~~
이렇게 자각을 하고 나면 일렁이던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조용한 가게 안, 문을 잠그고 핸드폰을 챙겨 들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여느 때처럼 산책을 한다.
마음이 흐린 날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봐도, 하늘을 봐도, 아무 느낌이 없다.
어제만 해도 싱그런 초록에 감탄하고, 어제보다 자란 모과를 보며 감동하고, 시원한 바람에 미소 짓던 나였는데......
오늘은 그냥 모든 것이 덤덤하다.
그래도 걷는다. 아무 느낌 없는 풍경들을 그대로 눈에 담으며, 그저 걷고 또 걷는다.
늘 하던 공원 운동기구에서 평소대로 운동도 한다.
그리고 오늘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해보기로 한다.
그냥 지나치던 공원 속 나무평상에 누워 본다.
나무평상 위로는 지붕이 있고, 그 지붕에 예쁜 무늬가 있는 천정이 있었다.
아, 이런 게 있었구나, 제법 신경 썼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파란 하늘을 본다. 아주 맑은 파란 하늘은 아니고, 조금 연한 하늘빛이다. 구름도 새하얗게 하얀 구름이 아니고 약간 흐리멍덩한 구름이다. 마치 내 마음 날씨처럼....
새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포르르 날아오르기도 하고, 나뭇가지 사이에서 재잘대기도 한다.
이렇게 한숨 자고 싶다. 하지만, 잠시 후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평소처럼 가게로 돌아온다. 가게 문을 열고, 다시 나의 일터로 돌아온다.
산책 전보다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지만 평소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우울한 나는 저 마음속 깊이 밀어 넣고, 평소처럼 가면을 쓴 또 하나의 내가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방학식이다. 11시가 조금 넘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평소보다는 조금 빠른, 그리고 조금 바쁜 방과 후 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톤을 한껏 높여 아무 일 없는 듯, 손님들을 대하고, 보내며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맞이하고 보낸다.
이제 한 달 뒤에나 느껴볼 수 있는 복작 거림이리라~~
내일부터는 조금은 심심할, 하지만 여유로울 날들이 펼쳐지겠지~~
이번 여름 방학에는 날 위해 무얼 해볼까?
오늘은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생각하기도 귀찮은 그런 날이니까......
이렇게 마음 날씨가 흐려지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래서 그런 날은 평소하던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나만의 둥지로 들어간다.
그나마 방학이라서 다행이다. 사실 이번주에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 흐린 날씨가 그것 때문이려나? 그럴 수도 있겠다. 딸과 나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딸의 마음이 나에게 연결되어 이렇게 마음이 흐린 걸 지도..... 아, 그렇다면 빨리 내 마음을 바꿔줘야 한다.
나의 흐린 마음이 딸에게 전해지면 안되니까,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힘든데 나까지 보태주면 절대 안되니까....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그저 잠시 흐림이었을 뿐이다. 그뿐이다.
오늘까지는 흐리기로 하자. 하지만, 내일은 맑음이다. 하늘은 파랗게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을 것이고, 햇살은 여느때 처럼 따사로울 것이다.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 날씨는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