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나의 근무시간은 평일 기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니 12시간이나 된다.
하루 24시간의 반절은 문구점이라는 이 공간이 내 삶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가게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12시간 내내 바쁘면야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8시부터 아이들이 등교하는 9시까지는 조금 바쁘다. 물론 준비물이 없는 날은 한가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들락거린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한 9시부터 12시까지의 세 시간이야말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된다.
이 시간에도 간간이 손님들이 오기는 하지만, 이 시간을 이용해서 나는 산책을 하고, 은행 업무를 보고, 아침을 먹고, 취미 중 하나인 웹툰도 좀 보고, 책도 읽고 책 리뷰도 쓰고, 블로그 방문도 한다.
하지만, 내가 글에 제일 집중하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은 아무래도 저녁시간이다.
요즘은 해가 일찍 져서 어둠이 가득 내려앉은 저녁, 손님이 뜸해지는 그 시간이 내 감수성이 제일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다.그 시간을 이용해 다음 주에 쓸 이야깃거리를 찾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지금까지 블로그에 쌓여 있는 포스팅을 보면서 글감을 찾기도 한다.
미라클 모닝의 새벽은 나에게는 누릴 수 없는 시간이다.
나에게 새벽 같은 시간은 오후 여섯시쯤부터 여덟시 퇴근하기 전까지의 이 두 시간 남짓의 시간, 미라클 이브닝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글의 60%는 막 어둠이 내려앉는 여섯시에서 일곱시 반까지의 시간 동안에 대부분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각도 오후 7시 11분이다.
이 시간에는 블루투스의 크게 울리는 음악도 끄고, 집중하기 위해 조용한 문구점이 된다.
밖은 어둠에 잠겨 가게 옆 카페의 노란 불빛이 따스하게 한편에서 나를 지켜주고,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 나, 퇴근하는 자동차 소리, 간혹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 오기도 한다.
어쩌다 손님들이 한두 분 방문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의 고요한 적막과, 가게의 불빛과 대비되는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어둠이 편안하다.
이 시간에 제일 글을 많이 쓰긴 하지만, 사실 딱히 정해 놓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중간중간 마음이 동할 때 틈날 때마다 글을 쓰는 편이다. 40%의 글은 그렇게 대낮에 탄생한다.
그래서, 글이 막 써지기 시작하는 순간 손님들이 들어오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계산을 해 주는 순간에만 어쩔 수 없이 멈추기도 한다.
손님들이 보는 문구점 주인장은 어떤 이미지일까?
손님이 와도 인사도 안 하고, 늘 PC만 들여다보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거나....
아무튼 손님 입장에서는 참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번은 탱탱볼 뽑기 기계 사장님이 정산을 하러 들르셨는데, 내가 아마 블로그 이웃님 글에 댓글을 달고 있었던 것 같다.
늘 오실 때마다 PC에서 눈을 떼지 못하거나, 뭔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많이 보셨던지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사장님, 게임하시는 건 아니죠?"
아, 게임이라니~ 이런!!!
나의 작업실은 바로 문구점 계산대이다. 다른 글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 계산대야말로 나에게는 식탁이자 서재이자 작업실인 소중한 공간이다.
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데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렸다. 서너 단락씩 한가한 시간 틈틈이 글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야기는 단숨에, 어떤 이야기는 이처럼 한 달 정도 서서히 묵혀서 완성되어 가는 글도 있다.
1화부터 7화 정도까지는 하루 만에 완성이 되었었다. 목차도 어떤 계획 같은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프롤로그를 쓰고, 처음 문구점을 하게 되었을 때부터 과거의 일들이 마구 나를 끌어당겨 정말 단숨에 써 내려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숨도 쉬지 않고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느낌으로 몇 시간 만에 썼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에 관한 거였다.
늘 같은 사람을 만나고, 늘 같은 루틴으로 반복되는 15평 문구점, 이 작은 세상에 무에 그리 써야 할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하지만, 어찌 됐건 지금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다.
1월 1일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를 연말까지는 풀어나가고 싶다. 그렇게 되면 올 한 해는 나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한 해가 될 테니 말이다. 벌써 내년에는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 중이기도 하다.
내가 글 쓰는 시간은 언제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손님이 뜸한 시간, 그 시간을 쪼개고 쪼개 틈틈이 글을 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어쩌면 하루 종일 나는 글을 쓴다.
그저 2~3분이면 읽어 나갈 수 있는 간단한 글이지만, 하찮은 듯 보이는 글 한편에는 이렇게 나의 조금은 고단하면서도 치열한 시간들이 녹아 있다.
<블로그 댓글 중>
- 그런데 이제 벌써 45화!
와.. 정말 글은 쓸수록 늘고.. 편안해지나봐요.
감성토끼님의 문구점 속 세상이 재밌고...저도 편안해요.
어릴 적 문구점 속에 들어온 것마냥.
그 속에 아이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꿈들. 소망들.
그곳을 스쳐간 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 헉 저 지금 깜짝 놀랐잖아요 노동시간이 12시간이라뇨 ㅠㅠ
예전에 엄마가 가게 하실때 생각도 나네요
오래하면 정말 몸 상하더라구요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시고 몸도 푸시길요
- 올한해는감토님에게 특별한 한 해일것같네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작가님들 정말 대단하신것같아요.
저는 어스름 저녁이되면 왠지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데 감토님은 그시간이 젤 편하고 감수성이 높은 시간이라고 하니 다 다른것 같아요.
아님 제가 느끼는 우울감은 감수성의 다른이름일까도 생각하게되네요.
끝까지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