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이고 작아지는 날.
하루 종일 주위 사람 눈치 보며 가슴 졸이는 날.
그로 인해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머릿속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괜찮을 거라고
지나갈 거라고, 이전에도 이겨내지 않았냐고
다른 어려움에 비하면 나은 것 아니냐고
수도 없이 되뇌어 보지만
머리는 어지럽고
눈앞은 캄캄해지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손, 발은 힘이 빠진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을 생각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그런 날이 있다.
...
..
.
그래도 요즘 글을 쓰고 있어 다행이다.
내 감정을 오롯이 하얀 종이 위에 적을 수 있어
덜 불안하고 덜 외롭다.
엉망진창이라 괜찮지 않은 날이 있다.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전보다 덜 아프다.
그래서 오늘은 엉망진창이라도 괜찮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