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글씨체를 갖기를 소원했지만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릴 때는 동네 곳곳에 서예 학원이 있었다.
학교 미술시간에도 종종 한지와 먹물을 준비해
서예를 하곤 했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미술 시간 중 하나였다.
알록달록한 물감이나 색연필과는 달리
탁한 먹물의 색이 마음에 안 들었을뿐더러
조금만 방심해도 이곳저곳에 묻기 일 수였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숨까지 참고 한 획 한 획 정성껏 쓰는데도
삐뚤빼뚤 마음에 들지 않는 서체였다.
그 당시 서예학원을 홍보할 때
집중력 강화, 성격 개선을 많이 언급했는데
왜 서예를 하면 성격이 좋아진다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성격이 나쁘면
애초에 서예에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내 글씨체에는
나의 급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글씨를 쓰면서, 마음에 안 들어 벅벅 지우면서,
심지어 타자를 칠 때조차
나의 급한 성격이 온전히 드러난다.
예쁜 글씨체를 갖기를 소원했지만
내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늘 무언가를 소망하고 갈망하지만
그에 따른 노력은 어땠는지 돌아본다.
세상 이치가 아무리 작은 것도
거저 얻는 법이 없는 건데.
숨 한 번 다시 고르고
눈 한 번 길게 감았다 뜨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펜을 들어 종이 위에 천천히 글자를 써본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노력과 정성이 깃든 내 글씨체를 바라본다.
여전히 삐뚤빼뚤 하지만
가지런한 마음이 담긴 글씨체.
그래, 그것이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