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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배동 육칼을 먹기에 딱 좋은 오늘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

by 여름의푸른색
오늘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

가끔 먹어도 맛있다. 오래 먹으면 더 맛있다.

문배동 육칼이 그렇다.

나를 육칼의 세계로 이끈 아리따운 여성이 있다.

오늘도 육칼러버와 함께하는 오픈런.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보기만 해도 칼칼하고 알싸한 진한 붉은색 국물에 굵은 파들이 동동 떠 다닌다. 손으로 쭉쭉 길게 찢은 고기가 입맛을 돋우고 후추를 톡톡톡 털어 넣으면 국물에 채 닿기도 전에 코끝으로 후추입자가 날린다. 눈으로 코로 실컷 음식을 즐긴 후에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가득 들어 올린다.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설레는 순간.

꿀꺽.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 이내 마음을 데운다.






언제나 아저씨들로 북적거리는 육칼집이 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멀리서 고수의 아우라를 풍기며 한 여성이 걸어온다. 빨간 국물에 하얀 원피스라니 역시 한두 번 먹어본 스킬이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반면 하수인 나는 베이지 색 옷을 입었다. 베이지색도 꽤 신경이 쓰였는데 과감한 흰색에 잠시 멈칫했다. 우리는 한쪽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고수는 하수에게 빨간색 앞치마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제 우리는 경건하게 육칼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걸쭉한 국물과 사골육수의 간이 적당히 묻은 통통하고 쫄깃한 칼국수. 퐁당퐁당 칼국수를 육개장에 넣을 때마다 하얀 면이 붉게 물든다. 빨간 옷을 입은 면을 휘휘 저어주면 맛깔난 감칠맛까지 면발에 찰싹 붙어버린다. 그때 입으로 넣어주면 끝. 한 젓가락이 다음 젓가락을 어서 오라 손짓하는 맛있는 육칼이 완성된다. 칼칼함이 툭툭 목젖을 치고 넘어가면 쫄깃한 면발이 얼른 국물을 따라나선다. 후루룩 넘어가지 않도록 꼭꼭 씹어서 삼킨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고수의 흰색 옷은 여전히 깨끗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면치기 스킬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고수의 옷에도 톡톡 빨간 점이 생겼던 날들이 있었겠지. 지금은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테지.

그래 시간을 채우자. 글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울퉁불퉁한 방지턱을 유연하게 넘어가 보자.



오늘도 하얀색 글을 써 본다.

하얀 면발이 빨간 옷을 입는 것처럼

얼룩덜룩한 나의 글도

언젠가는 영롱한 붉은빛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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