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에는 딸들에게 리본을 만들어주려고 보자기와 리본을 만드시는 선생님께 1:1로 수업을 들었다. 그러다가 이걸로 원데이 클래스를 해볼까? 하며 무작정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었다.
이후로 공인중개사 공부도 잠시 했었고 작년에는 한우리 독서지도사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 준비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아빠의 항암치료와 이별을 겪으며 잠시 손을 놓았다.
아빠의 치료를 병행하며 다시 브런치 작가 준비를 했다. 이 행위 자체가 아빠에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고 두 번 떨어지고 나서는 마주하고 있는 상황과 현생의 어려움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 선생님이신 9시의 요정님께서 절대 포기하지 않으셔서 결국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빠에게 첫 브런치 글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살아계셨다면 더 많이 기뻐하셨을 테지만 하늘에서 지켜보시고 누구보다 큰 응원을 보내고 계실 거라 믿는다.
제주로의 이사를 결정하며 남편에게는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어서 한우리 독서지도사 과정을 들었는데 결국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알고리즘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받는 편이라 바쁜 만남 속에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구하며 살았구나 싶다.
제주에 가서는 2019년에 만들어 둔 사업자등록증을 야무지게 사용해 볼 생각이다. 뭐든 해두면 쓸모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그 누구보다 내 미래의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수고스럽지 않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제주로 떠나는 나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쓰고 보니 역마살이 좀 있기는 하다. 이제는 역마살을 즐기는 내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