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맛있는 요거트 바크
우리 집에는 산딸기 귀신이 산다. 1대 귀신은 나, 2대 귀신은 첫째 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딸기 쟁탈전을 벌인다. 양보 없는 엄마와 딸의 소란함이 가득한 주말 아침이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최화정이 만든 여러 가지 조합의 건강한 음식을 만났다. 그중에 가장 눈을 사로잡았던 그릭 요거트 바크. 산딸기라는 재료를 보자마자 이건 꼭 만들어서 먹어보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남편에게 슈퍼 앞에 차를 잠시 세워달라고 했다. 커다란 그릭 요거트 한 통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딸기 한 박스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고 2대 귀신에게 절반을 덜어 주었다. 오물오물 톡톡 거리며 터지는 산딸기가 입안에서 폭죽놀이가 되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첫째의 표정이 유독 밝은 것은 산딸기의 상큼한 폭죽이 주는 행복임에 틀림없다.
자 이제 요거트 바크 이미지를 머릿속에 딱 띄워놓고 만들기 시작. 그릭 요거트를 종이포일 위에 넓게 그리고 고르게 펴기 시작했다. 장비가 뭐가 필요한가. 집에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게 역시 최고 아닌가. 일단 숟가락으로 슥슥 하얀 도화지를 만든다. 요거트의 질감이 주는 폭신한 부드러움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하얀 도화지 위에 상큼한 과일을 차례대로 올려 본다. 일단 씻어두었던 산딸기를 톡톡톡톡 뿌려주고, 냉동실에 있던 블루베리도 한 줌 꺼내본다. 빨간 산딸기 옆 빈자리를 보라색 블루베리가 친한 친구처럼 가까이에 자리한다. 베리 옆에 더 예쁜 베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고만 있어도 예쁜 조합이다.
식감을 살려줄 다른 재료를 찾아본다. 블루베리와 아몬드가 들어있는 그래놀라가 보인다. 잽싸게 한 줌 크게 뿌려 놓고 아몬드 조각도 콕콕 세워서 공간을 채웠다. 하얀 도화지는 예쁘게 채워졌지만 색감이 좀 아쉽다. 노란색 과일이 뭐가 있을까 다시 냉장고로 향한다. 익어버린 키위를 발견, 얼른 껍질을 벗겨서 작은 조각으로 변신한 키위를 요거트 위에 요기조기 놓아주었더니 꽤 그럴싸한 요거트 바크가 완성되었다. 눈으로 봐도 풍족한 과일과 몸에 좋은 요거트가 가득한 디저트가 완성되었다. 냉동실 한편에 예쁘게 놓아두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제 4시간 후에 꺼내서 조각조각 자른 다음 맛있게 먹으면 된다. 1시간쯤 지났을까. 어떤 맛있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살짝 꺼내어 동태를 살펴보았다. 과일 칼로 셔벗 상태의 요거트 바크 끝 부분을 살짝 잘라서 입 속으로 직행. 처음 먹어보는 요거트 바크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시원하고 상큼한 과일과 요거트의 맛이 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했다.
팥빙수도 아이스크림도 시원한 수박도 좋아지는 여름이다. 이번 여름에는 설탕 가득한 디저트 대신 요거트가 과일을 꽉 껴안고 있는 요거트 바크를 먹어보면 어떨까?
무료한 주말 오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서 먹어본다면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여름으로 다가가고 있는 지금,
상큼한 요거트 바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