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작업실이 생겼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공간.
기분. 나는 기분이 중요한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기분이 좋고 편안한 상태에서는 글쓰기가 재미있다. 반면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거나 아이들의 요청으로 글쓰기가 자꾸 중단되면 살짝 예민해진다.
잠깐만 기다려줘~
요즘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사랑해 너무 좋아해 진짜 멋지다 이런 칭찬이 아니라 기다려 달라는 외침. 쓰고 보니 미안해진다. 뭐 대단한 글을 쓴다고 아이들의 예쁜 호출을 모른 척한단 말인가.
실력이 좋으면 좋겠다. 소란스러운 공간에서도 육아를 하면서도 술술 써 내려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중을 해야 겨우 글 한편을 완성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아이들보다 우선순위가 되어버린 글쓰기. 그래도 글을 쓰는 시간이 나는 좋다.
매일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
매일 기록하며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자꾸 미뤄지는 글쓰기 위해 시간을 정했다. 알람을 설정하고 온갖 자극적인 말로 메모를 남겼다.
9시 18분. 알람이 울리고 핸드폰 액정에는 뼈를 때리는 말들이 가득한 메모가 뜬다. 정신이 번쩍. 모든 것을 제쳐두고 글을 쓴다. 잔잔한 재즈와 캔들 워머를 켜서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엄마 모드에서 글쓰기 모드로 전환한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지금 당장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눈으로 마음으로 계속해서 전달한다. 10시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냥 쓴다. 정말 쥐어짜서 쓴다.
두 번째는 1년 동안의 변화를 담고 싶어서이다.
지난겨울 브런치에 입성하여 지금까지 다이내믹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남겨서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만 성공이든 그 반대의 경우이든 매일 글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될 것 같다.
일단은 100편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숫자가 중요할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숫자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실은 숫자보다 100일의 꾸준함이 아닐까.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전래동화의 이야기처럼 10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먼저 100편에 도달한 작가님들에게 좋은 자극을 받았고 그 에너지로 계속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사 전후로 아이들이 많이 아팠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아프다는 것이 체력을 필요로 하는 가장 힘든 상태라서 글쓰기 시간을 적당히 모른 척할 핑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번에도 찬스를 사용해 볼까 잠시 고민이 했었지만 미리 끄적여둔 글감과 제목들이 궁핍한 나의 글쓰기에 한줄기 단비가 되어주어 글을 발행 할 수 있었다.
짬을 낸다. 무조건 짬을 내어 쓰다 보니 매일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수려한 글은 아니지만 담백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라도 나는 좋다. 매일 달려와서 라이킷과 댓글을 남겨주는 고마운 구독자분들을 위해서라도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쓰다니.
오늘도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