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번쩍 눈이 떠진다.
코로나 시절 모닝 짹짹을 외치며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들은 덕분이다. 올빼미 족이었던 나에게도 이제는 진정한 미라클 모닝이 가능하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와 주방으로 조심히 걸어간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만들고는 까치발로 조심조심 움직여 현관문을 닫고 나온다. 바로 옆에 있는 작업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장.
이제야 숨을 크게 쉬어본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되는 나만의 아침이다.
30분이 지나면 첫째, 또 30분쯤 지나면 둘째가 들어온다. 작업실에 있는 각자의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만화도 그리고 책상 서랍에 넣어 둔 과자도 몰래 야금야금 먹으며 조용히 할 일을 한다. 동서남북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너무 조용하면 슬쩍 뒤돌아보지만 본인의 시간에 집중하느라 전혀 모르는 눈치다.
여자 셋이 사라진 새벽, 남편의 알람이 울린다. 출근도 안 하는데 왜 울리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작업실로 남편이 들어온다. 남편도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한다.
독서실 같은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50편 맞추느라 하루에 다섯 편을 쓰고 나니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컨디션이 되었다. 이사하면서도 계속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리듬이 망가져버린 후에 알게 되었다.
제목 다섯 개를 쓰고 각각 세 줄씩 써서 저장한 뒤 컴퓨터를 껐다.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포기하자. 대신 책을 여섯 권 들고 풍차 돌리기 시작. 그동안 글 쓰느라 소홀했던 책을 읽었다.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자 불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을 빠뜨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후 9시 아이들이 잠든 시간. 다시 작업실로 간다.
글을 쓰지 못하면 책이라도 읽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배가 고프다. 라면 생각이 간절해진 나는 집으로 돌아가 진라면 매운맛으로 하나 골라 뜨거운 물을 부었다. 나무젓가락과 탄산수를 가지고 작업실로 갔다. 대충 쌓아둔 책을 그대로 두고 컴퓨터 옆에 컵라면을 올려두었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 황홀하고 짜릿한 이 기다림. 누구나 초조한 마음으로 맛있는 라면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주문을 외운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빨리 익어라!
지금이야.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얼른 뚜껑을 시원하게 뜯어버리고 라면을 휘휘 저어서 크~게 한 젓가락 듬뿍 덜어본다.
후~후~ 입 짧은 햇님의 먹방에서 배운 면 식히기 스킬. 아래위로 길~게 후후 바람을 불어 본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라면의 첫맛. 매콤하고 짭조름한 그 맛.
혼자 먹으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시간이다.
배가 고프면 채워야 하듯이
에너지도 글쓰기도
방전 신호가 오면 빨리 알아차려야겠다.
머리를 좀 비우고 나니 다시 쓰고 싶어졌다.
다시 달리자 100편 완성의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