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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브런치

공통의 관심사가 주는 행복의 무게

by 여름의푸른색


딱새우 루꼴라 오일 파스타



브런치 약속이 잡힌 수요일 아침, 평소보다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18분 거리의 약속 장소였지만 초행길이니 50분 전에 출발했다. 습기를 머금은 풀 내음이 차창으로 훅 들어온다. 방심하던 나에게 이곳의 자연이 주는 귀여운 신호 같다. 경쾌한 노래가 함께하는 아침 드라이브는 적당히 좋은 기분으로 나를 이끌어 주더니 금세 약속 장소에 다다랐다.




미리 도착한 바닷가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흐린 바다를 바라본다. 이렇게 바다 가까이에 살고 있구나. 부산과는 다른 물빛의 바다를 마주할 때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의 약속 장소는 파스타가 맛있는 제주의 맛집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다다르자 멀리서 경쾌하게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귀인이 있다. 동쪽에서 귀인을 만날 예정이었는지, 나는 귀인을 만나 새로움에 적응하고 덕분에 정보도 아낌없이 받고 있다.





만나자마자 할 말이 많았던 우리는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랴 궁금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랴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 채 맛있는 식사와 더 맛있는 대화들을 나누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또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공통의 관심사가 많다. 거의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오는 중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좋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브런치를 받아 든 우리는 나를 위한 식탁이 반가워 한껏 미소를 지었다. 식전 빵부터 오일 파스타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한 시간을 보냈다. 딱새우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는 처음이었는데 딱새우와 루꼴라를 좋아했던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에 정말 카페가 있을까? 바다 끝에 닿아있는 카페는 올레길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예쁜 올레길과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순식간에 나를 여행자 모드로 변경해 버렸다. 맛있는 커피와 베이커리로 디저트를 마음껏 즐기며 눈으로 보이는 시원한 바다까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폭신한 식빵이 나를 감싼다




돌아오는 길에 염치없이 맛있는 빵도 받아 들고 다음을 기약하며 굿바이 인사를 나누었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식빵을 나눠 먹었다. 한 조각 두 조각 멈출 수 없는 맛의 향연이다. 제주에 와서 너무 열심히 살았나 보다 작은 행복이 이렇게나 크게 다가온다.




8월에는 캠핑카로 제주를 한 바퀴 돌 예정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겸 아이들에게 제주의 모든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바다에서 잠들고 바다에서 눈을 뜨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더운 날씨에 힘들고 피곤하겠지만 역시 고생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없으리라. 엄마와 아빠는 이미 고생할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라도 제주의 여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생은 감사의 연속이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음을, 아프지 않은 지금을, 무엇보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감사를 게을리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성함으로 다시 돌아온다.


감사, 지금의 상황을 그리고 나아갈 수 있음을 감사할 수 있는 하루를 보냈다.

맑은 하늘처럼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흐림 뒤에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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