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인데요, 이건 제주 스타벅스에만 있어요!
리유저블 컵, 나의 이름은 해빗
모닝커피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어제 쏟아부은 비가 사라지자 하늘은 또다시 나를 보며 방긋 웃어준다. 날씨가 좋으니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함덕점이다. 함덕 해수욕장은 모레 작업이 한창이다. 포클레인이 계속해서 모레를 다지고 초록색 파라솔은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려한 원피스와 모자를 쓴 관광객들 사이로 평범한 옷차림의 여자가 유유히 걸어가더니 스타벅스로 들어간다.
바로 나다.
제주로 이사를 와서 가장 놀라웠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 우리가 매일 마시는 바로 그 커피 컵이다. 얼마 전 함덕 해수욕장에 물놀이를 하러 왔다. 가장 스벅에 들어와 평소처럼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이내 영수증에 찍혀있는 +1000원의 당황스러움과 마주하게 된 나.
이거 왠지 아까운 느낌이 드는데? 결코 만만하지 않은 스타벅스 커피의 금액에 리유저블 컵 보증금 1000원이 더해지니 웬만한 한 끼 밥값이 되었다. 남편과 나의 컵을 합하면 2000원의 추가 금액이 결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이 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컵의 이름은 해빗컵이다. 일반 플라스틱 컵 보다 살짝 더 두꺼운 질감의 불투명한 플라스틱 컵이었다.
컵 보증금을 내고 나니 해빗컵을 절대로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마시고 쉽게 버리게 되는 테이크 아웃 컵이 아니라 다시 돈으로 환급받아야 하니깐.
해빗컵은 이미 일반 테이크 아웃 컵과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몸값이 높은 탓이다.
내가 얼마나 아무런 죄책감 없이 플라스틱 컵을 써 왔는지 피부로 느껴졌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의 룰을 따라야지, 확실히 돈으로 환산하고 나니 모든 상황이 아주 빠르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해야만 달라지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나 이제라도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불편한 만큼 환경은 보호된다는 생각을 하니 이런 번거로움도 잠깐의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예전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스스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오늘은 해빗컵을 반납하고 환급을 받기로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계 앞에 섰다. 키오스크를 대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지금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눌러보자, 할 수 있어!
나에게 있는 컵은 두 개, 남편과 내가 테이크아웃 컵으로 사용했던 해빗컵이다. 물놀이가 끝나고 집으로 가져가 씻어서 잘 말려두었다. 그리고 오늘 반납을 하려고 가지고 나왔다. 처음 사용하는 기계를 마주하고 하나씩 버튼을 눌러서 예행연습을 했다. 그리고 다시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시작.
백 마디 말보다 영상으로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컵 안에 내용물을 완전히 비우고 스티커를 제거한다.
해빗컵을 최대 5개까지 반납할 수 있다. (꼭 하나씩 넣어야 한다.)
컵 투입구가 열리면 컵을 하나만 넣는다.
환급 방법에는 총 4가지가 있다.
현금, 스타벅스 카드, 해피해빗(에코 포인트로 환불) 티머니 환불
각자 원하는 방법으로 환급을 받으면 된다.
오늘은 가장 빠른 현금 환급을 누르고 천 원이 실제로 나오는지 확인을 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맥도널드 버거킹등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테이크 아웃을 하는 경우에는 금액이 발생한다. 스티커를 잘 확인하시고 꼭 환급을 받으시기를 바란다.
만약 함덕 해수욕장을 찾을 예정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해빗컵을 반납하고 기분 좋은 1000원의 의미를 담아서 용돈을 주면 어떨까?
한 번의 경험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큰 울림을 만들어 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