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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수박을 좋아해?

by 여름의푸른색


안녕 달팽이야




제주는 지금 장마다. 굵은 빗줄기가 우산 위로 내리며 부딪히는 소리마저 시원스럽다. 현관을 빠져나와 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오동통한 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다.

너 오늘 잘 만났다.




테이크아웃 컵에 담겨 우리 집으로 들어온 달팽이. 아이들이 돌아오면 얼마나 좋아할까. 달팽이를 키워본 적이 있었던 나는 얼른 촉촉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잡초도 조금 잎사귀도 조금 넣어 주었다. 그러다 문득, 이 친구에게 특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그 순간.

내 눈앞에는 막 썰어 담고 남은 약간의 수박이 보였다.




달팽이는 일곱 빛깔 무지개색으로 배변을 한다. 초록을 먹으면 초록, 노랑을 먹으면 노랑이 나온다. 그럼 빨간 수박을 먹으며 빨강이 나올까?

일단, 초록창에 달팽이와 수박이라는 글을 썼다. 역시나 수박을 먹는 달팽이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달팽이가 좋아하는 특식이라니. 얼른 수박 조각 하나를 가져와 풀 사이에 넣어 주었다.




시골 달팽이는 건강했다. 도시의 마른 달팽이와 달리 살집이 올라 통통한 느낌이 귀여웠다. 등껍질의 무늬도 더듬이도 탄탄했다. 사람도 달팽이도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살면 건강해지는구나. 배달의 민족이 없는 이곳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얼른 달팽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소리를 지르며 달팽이에게 다가가 요리조리 살펴본다. 수박 조각을 발견하고는 달팽이가 수박을 먹어도 되냐며 물어본다.

우리도 잘라둔 수박을 꺼내어 한 입 베어 문다.

시원한 여름 달팽이와 함께 수박을 나눠 먹었다.




너도 달콤한 수박이 맛있지?

특식을 먹은 달팽이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풀숲에 데려다주었다.


달팽이는 오늘 친구들에게 수박을 먹었다고 자랑을 하려나?

달콤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려나.





수박을 보면 이제 달팽이 생각이 날 것 같다.

더운 여름 무사히 잘 보내자 너도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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