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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Aug 23. 2023

활자야 반가워.




치열한 여름을 보냈다.

제주에서 만난 진정한 여름의 맛! 해마다 여름을 보냈던 이곳이지만 이번만큼은 평소와는 15도쯤 다른 여름이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 속에서도 캠핑을 하고,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마구 떠오를 정도로 더위에 맞서 보냈던 시간이다.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이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빼꼼 고개를 들어 더위쯤이야 얼마든지 덤벼보라는 심정으로 여름의 시간 속에 풍덩 뛰어들었다. 무모하고 용감하게.




독립서점 투어를 시작했다.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하나씩 각각의 서점이 지닌 분위기와 각기 다른 공간의 밀도를 느끼며 그 속에서 책을 읽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고? 정말? 가는 곳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반죽되어 섞여가는 나의 모습과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들려진 책을 보며 내심 기쁘기도 했다.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고 독립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도 냉큼 저질러버렸다. 제주에서의 시간을 그리고 기회를 많이 잡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제주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리가 가깝고 시간이 허락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작해서 새로운 자극으로 삼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도 한 발짝씩 발을 내딛고 있다. 함께하는 팀원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 2시까지 시간을 훌쩍 넘긴 적도 있다. 함께 글을 쓰고 읽은 책의 내용을 나누는 시간들이 책을 꼭꼭 씹어 먹는 느낌이 나서 좋다. 고전은 지루할 거야 어려울 야 편견만 가득했던 나에게 고전 읽기 모임의 따스함이 용기를 주고 있다. 내 손으로는 절대 읽지 않았을 고전을 하나씩 접하며 오랜 시간 사랑받은 고전은 이유가 있음을 느낀다. 그 느낌이 때론 같은 부분일 수도 다른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고전 모임의 고전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드디어 여름방학을 마무리한다. 그래도 가끔 글도 쓰고 책도 한가득 읽을 수 있을 라는 알량한 생각은 무더운 날씨에 처참히 깨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무기력한 마음과 적응하지 못하는 몸의 상태뿐이었다. 오늘 아침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창문을 넘어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이 이제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과 몸을 만들어 주었다. 하얀 노트북을 켜고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린다. 새소리와 자판 소리가 섞여 예쁜 마블 모양이 만들어진다. 하얀 바탕에 까만 글자가 수면 위로 가득 차오르는 지금.



반가워 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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