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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Oct 04. 2023

100이라는 숫자, 너를 만나고 싶었다.

브런치 100편 발행 기념


드디어 100편이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10편, 30편, 50편 골고루 고비가 찾아왔고 70편 80편도 마찬가지였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날씨도 한몫했더랬다. 90편에서 100편은 또 금방 지나갈 것 같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한 번 깨져버린 루틴을 다시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도 잘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나 보다. 글쓰기의 걸림돌은 완벽하고 싶다는 바로 그 마음이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으면서 욕심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갖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 그 재주 말이다. 책을 읽고 문장을 익히고 단어를 배우고 필사를 하면서 수많은 부족함을 다시 맞닥뜨리게 되었다. 치즈에 송송 뚫린 구멍처럼 이곳저곳이 누더기 같았다. 내 글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글쓰기를 중단했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돌파구를 찾던 나는 글쓰기 강의를 듣기로 했다. 거기서 글을 읽고 느끼며 자세히 글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글의 장점과 단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점을 알아차리고 난 뒤 글은 더욱 쓰기 어려워졌다. 너무 정면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와장창 깨져버린 자신감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




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서로의 삶과 방향성  그리고 글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처음에는 정말 옷을 걸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만큼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 없는 글을 평가받는 기분이란 정말 평생 피하고 싶은 순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에디터님을 만나 도란도란 글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자신감도 회복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외롭다. 혼자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항상 달려와주는 남편과 얘들아 1기 작가님들, 지인들과 구독자분들 덕분에 100편이라는 숫자를 만날 수 있었다. 글을 쓰며 울고 웃었던 2023년이 어느덧 하반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마음과 댓글로 주고받은 정성의 메시지를 다시 차근차근 가슴속에 담아본다. 개인적으로는 100편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어서 한없이 기쁘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날들이 펼쳐지고 있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훗날 얼마나 단단한 성벽을 만들지 기대가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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