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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3. 2023
너를 위한 3단 도시락
오늘은 첫째의 체험학습이 있는 날이다. 남편과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주섬주섬 도시락을 준비한다. 먼저 주방 창문을 열고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맞이했다. 냉장고 속에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았다. 제주로 이사를 오고 처음 가는 체험학습이라 한껏 들뜬 아이의 표정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본다.
미리 메뉴를 정했다. 아이에게 꼭 먹고 싶은 몇 가지를 말해보라고 했다.
"엄마, 참치 계란 볶음밥이랑 문어 소시지는 꼭! 꼭이요 많이~
그리고 팝콘치킨! 벌써 신나요~ "
주문이 들어왔으니 부부는 손발을 맞춰 하나씩 미션을 수행한다. 주말 아침에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자주 만들어 먹는 참치 계란 볶음밥. 남편은 익숙하게 계란 두 개를 톡톡 깨뜨려 볶은 후에 밥과 참치 그리고 간장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춘다. 그동안 나는 팝콘 치킨을 튀기고 문어 소시지를 위해 칼을 들었다. 이쪽 저쪽으로 칼집을 내고 넉넉하게 몇 개 더 만들어 둔다. 살짝 끓는 물에 데쳐서 문어가 발을 들어 만세를 하면 얼른 건져낸다. 아이가 원한 음식은 여기까지 하지만 뭔가 살짝 허전한 마음에 곰돌이 모양 햄 치즈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실패가 없는 햄과 치즈의 조합이다.
요리하는 소리에 첫째가 일어나서 주방으로 왔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체험학습이 얼마나 신나고 기대가 될지 이미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메뉴를 모두 만들어 살짝 식힌 후에 집에 있는 온갖 도시락 꾸밈 재료를 꺼냈다. 아기자기한 도시락 픽 몇 개만 꽂아줘도 아이들은 꺄르르 웃는다. 귀엽다고 그리고 예쁘다고. (엄마는 100개도 꽂아 줄 수 있어!) 남은 음식들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자투리 음식이라도 다 같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아침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시간이다.
볶음밥 하나, 문어와 치킨 그리고 샌드위치가 들어간 도시락 하나, 과일 도시락 하나. 너를 위한 3단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뚜껑을 덮으니 리라쿠마 세 마리가 귀엽게 인사를 한다. 핑크색 리라쿠마 보냉 가방에 차례로 쌓아 올리고 수저와 물티슈도 포켓에 넣었다. 도시락에 아빠와 엄마의 마음까지 담은 후 보냉 가방 지퍼를 닫았다. 다시 열어도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