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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Oct 16. 2023

멍뭉이만 임보하나요? 나무도 임보해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과 함께하는 노란무궁화 임보 프로젝트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오른쪽 엄지로 인스타 피드를 슥슥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뜬 광고에서 멈칫했다. 나무를 임시보호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피드였다. 강아지를 임시보호한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나무도 임시보호를 한다니,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노란 무궁화 임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피드를 확인해 보니 6개월 동안 임시보호 한 후에 비양도에 직접 임시보호했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였다. 6개월? 장기 프로젝트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도 나무를 아껴주는 마음과 보호하는 책임감 그리고 직접 비양도에 나무를 심는 과정까지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았다. 20팀 선발에 70팀 정도가 신청했는데 다행히 우리 가족도 20팀 안에 들어서 오늘 드디어 노란 무궁화를 만나러 갔다.





오설록 티 뮤지엄 잔디광장에서 시작된 매칭데이! 잔잔한 음악과 하얀 천막 아래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진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오늘 행사는 일회용품이 없이 진행되므로 미리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준비했고 일회용 장갑 없이 손으로 흙을 만지게 되었다.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와서 나의 이름이 쓰인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들은 잔디 위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아리를 심는 중



드디어 우리가 임보하게 된 노란 무궁화를 만나는 시간.

아트스톤이라는 재활용 화분에 아이들과 직접 노란 무궁화를 옮겨 심었다. 동그란 잎을 가진 노란 무궁화 화분에 물도 주고 이름도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미리 만들어간 이름을 사용했는데 '노아리' 라는 이름이었다. 노란 무궁화를 연상하면 노란 병아리가 생각나서 노란색의 노, 그리고 병아리의 아리를 따서 '노아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추운 겨울동안 따뜻하게 잘 보살펴주고 6개월 뒤에 비양도에 가게 될 아리를 우리는 정성껏 키울 예정이다. 혹시라도 죽으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오픈카톡방에서 아리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정말 급하면 전문가에게 입원시키면 된다고 하셨다. 가족 모두 걱정하고 있던 아리의 생명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자 아리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보자기로 감싼 아리와 예쁜 손수건 물조리개까지 감사합니다
식집사 티셔츠가 귀여워서 촬영 요청을 드렸더니 흔쾌히!


그렇게 아리는 잠시 우리 가족이 되었다. 가장 환하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에 아리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환기도 중요하다고 하니 남편은 열심히 창문을 열어 두고 아이들은 아침마다 아리의 안부를 물으러 옆방으로 달려간다.

아리야 반가워 우리 가족이 되어주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돌봐줄게!

(하지만 과습이 되지 않도록 적당한 무관심이 식물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아리를 적당히 사랑해야겠다.


우리 집과 제법 잘 어울리는 아리
사진출처_국립생물자원관

-제주 자생종인 노란 무궁화는 멸종위기였지만 많은 노력으로 현재 멸종위기 단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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