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디언 리듬(Infradian Rhythm)을 타고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시스템은 철저히 24시간 주기의 '서캐디언 리듬'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해가 뜨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져 업무 효율을 높이고, 해가 지면 멜라토닌과 함께 휴식에 드는 남성적인 생체 리듬이다. 이 24시간의 시계 속에서 인간은 매일 아침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는 기계여야만 했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24시간이 아닌, 약 28일 주기의 '인프라디언 리듬' 속에서 움직이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호르몬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모두 지나간다. 에너지가 분출되는 배란기(여름)에는 창의성과 소통 능력이 극대화되지만, 황체기(가을)를 지나 생리 기간(겨울)에 접어들면 몸은 모든 외부 활동의 전원을 끄고 내부를 수리하기 위한 '절전 모드'에 돌입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순리이다.
서류가 유독 읽히지 않던 그날, 내 몸은 지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었다. 뇌의 연결성은 미세하게 조정되고 있었고, 몸은 대사율을 낮추며 휴식을 갈구했다. 하지만 나는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에서 억지로 그물을 던지는 어부처럼 나 자신을 들볶았다. 24시간 수족관 속에 갇힌 물고기처럼, 밖의 바다가 어떤 주기로 출렁이는지도 모른 채 좁은 수조의 규칙만을 따르려 애썼다.
10년의 직장 생활 동안 내가 느낀 무기력은, 사실 내 몸의 계절을 무시하고 일 년 내내 뙤약볕 아래서 꽃을 피우려 했던 온실 속 화초의 구조 요청이었다. "왜 어제처럼 업무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 "왜 남들처럼 꾸준히 못할까?" 나를 몰아세우던 그 질문들은 틀렸다. 나는 꾸준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한 달이라는 커다란 리듬 속에서 아주 정직하게 파도를 타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내 몸의 주기에 맞춰 휴식의 강도를 조절한다. 에너지가 차오르는 시기에는 밀린 일을 과감하게 처리하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시기에는 읽히지 않는 서류를 과감히 덮어둔다. 나는 고장 난 게 아니다. 그저 나만의 아름답고 고유한 주기를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