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머리카락과 시린 기억

by Bluebrowny

7살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수영을 배웠던 순간보다 수영을 끝내고 젖은 머리칼을 날리며 홀로 집으로 걸어가던 시간이 더 또렷하다.

강습이 끝나면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서둘러 집으로 가야 했기에 나의 머리카락은 늘 젖어 있었다. 집까지 걸어야 하는 시간은 30분. 7살의 보폭으로는 꽤나 아득했을 그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누군가가 말이라도 걸까 노심초사하며 낯선 어른들의 시선의 피해 걷고 또 걸었다.

그때는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엄마가 ‘집에 혼자 올 수 있지?’하면 나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7살에게 부모의 말은 거역할 수 없는 질서 같은 것이었고, 나는 충실히 내 역할을 수행해 내며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지독한 풍경이다. 7살 아이가 머리카락이 얼어붙는 줄도 모르고 시내 거리를 혼자 걷는 모습.

과연 강인함을 기르는 훈련이었을까? 지금 내게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방임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학원가 앞을 지나다 보면,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 라이딩해주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는 유난스러운 과보호라 말할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보호의 울타리로 보여 가슴이 아릿해진다. 아마도, 길 위에서 홀로 생존해야 했던 어린 내가 보내는 뒤늦은 상실감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소한 온기를 갈구하기 위해, 나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차가운 물속을 파닥거리며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