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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씨 Jul 22. 2022

적당한 거리

근래에 트위터를 열심히 하고 있다. 모처럼 새로운 트친(트위터친구)도 생기고 스페이스라는 음성 채팅 덕에 사람들과 거리를 좁히기도 한결 쉬워졌다. 그런데 정말 가까워진 건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별한 정보만을 순서 없이 흩뿌려두고 나는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조립한 다음 그것을 “그 사람”이라고 믿는다. 아주 적은 정보만을 가지고 마치 그 사람에 대해 다 파악한 것처럼, 내가 들은 내용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는데도 내 환상이 덧대여진 상대방을 진짜라고 믿고 마음을 열어 속을 내보였다. 그렇게 안일한 마음으로 거리를 좁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방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내가 원하지 않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모두 알아챌 만큼 티 나게 뒷걸음질 친다. 모두 내 잘못이다. 이건 누구를 탓하고 싶은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 내 안일함에 대한 반성문에 가깝다. ​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단지 트위터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서서히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첫눈에 싫어하고 단숨에 좋아한다. 싫지 않으면 상대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마음을 활짝 열고 거리낌 없이 나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이기적인 마음이나 나는 언제나 외로웠기 때문에 정상참작의 여지는 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제멋대로 성큼 다가섰으면서 그제야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걱정하고 미처 안 보였던(혹은 안 보려고 했던) 부분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도망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그만큼 좋아해 주지 않으면 조바심을 느낀다. 그래도 이제는 관계에 대한 반복학습의 효과가 생겼으므로 전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게 되었지만 전에는 이 자체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개는 기다리면 언젠간 상대방도 한걸음 한걸음 내쪽으로 다가온다. 물론 아닐 때도 있다. 억지로 거리를 좁히려고 들 때나 상대방 탓을 할 때, 그러면 상처를 받는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될 정도로 감정의 컨트롤이 어렵다. 누가 좋아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그 물속에 뛰어들었나. 그리곤 도망친다. 흔적을 없애고 감정을 지운다.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음을 탁 닫아버린다. 실망스러운 점을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을 다 해 도망친다.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에 갑작스럽게 폭탄을 날린다. ​


뛰어들고 도망치고… 너무 극단적이다. 중간지대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담아둘 장바구니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저지르고 버거워하지 말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 솔직히 적당한 거리가 몇 미터인지는 모른다. 좋고 싫은 마음을 숨기는 법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이렇게 진심을 감추고 일부러 보폭을 줄이는 것이 정말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면 일단 먼 거리에서 자신을 그리고 상대를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반성문이니까 나의 경솔함을 후회한다. 가끔은 단지 어색함이 싫어서 묻지도 않은 내 이야기를 풀어놓고 마음을 연 것처럼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다가온 누군가를 내칠 때 나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언제 다가오라고 했느냐며 화를 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나 역시 겁 없이 다가간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

어쩌면 사는 동안 내내 적당한 거리를 찾아 헤매야할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두렵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다. 예전의 나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람을 피했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찾는 여정을 다시 떠나기로 했다. 외로움을 온몸으로 맞으며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쉬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또다시 부딪히고 멀어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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