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처럼 리엑션을 넣어가면서 호응을 해줘야 할까? 아니면 개그맨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게 개그를 쳐줘야 할까? 정치인들처럼 화려한 언변으로 정신을 쏙 털어놔야 할까?
아니다.
상대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대화 구조를 운영할 때, 상대는 '대화가 잘 통한다'라는 감정을 받게 된다.
"상대의 감정을 지켜주는 대화 구조"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자신의 감정이 보호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나, 진심으로 위로나 공감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한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좋은 사람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앵무새처럼 의미 없이 '힘내'와 같은 대답만 반복한다거나 이때다 싶어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거나 하면 이런 감정을 죽어도 전달해 줄 수 없다.
핵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상대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지켜주는 대화 구조를 만들어가며,
2. 유머를 더해서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무게를 잘 조율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은 지켜주고, 대화는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조율"
예시를 통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예시 1.
(상황): 여성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상황.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됨.
(여): "어렸을 때, 집이 많이 힘들었어. 아빠는 교사셨지만 따로 재산이 있는 집도 아니었고 식구까지 많다 보니 엄마는 시장에서 일을 하셔야 했거든. 근데 그 과정 속에서 동생이 사랑을 많이 못 받은 거 같아. 그래서 좀 삐뚤어진 것 같고. 나도 그때 많이 힘들었고. 부모님이 그때 조금만 더 우리에게 신경을 써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요즘 문득 들곤 해."
(남): "너가 워낙 밝고 긍정적이어서 난 그런 유년기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 다른 소리같긴 한데, 우리 아빠는 예전에 담배를 피우셨었거든.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하는 모습은 다 멋있다고, 나도 그게 멋있어 보였고 아기 때 담배 피우는 흉내를 계속 냈었어. 초등학교 때까지 그랬을 거야. 아빠가 그런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고 담배를 단 칼에 끊으셨대.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난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는데, 사실 이미 늦으셨지. 난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이미 삐뚤어졌거든(웃음).
부모님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커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 넌 과거에 힘들었고 사랑을 많이 못 받은 것 같다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긍정적이고 밝게 열심히 살아가잖아.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고. 반면에 난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아도 이따위로 컸어(웃음).
그래서 난 너가 더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오늘 너 이야기를 들으니 더 그렇게 생각이 들고"
▶ 무거워지는 대화의 무게를 농담을 통해서 경량화하고, 상대가 스스로 낮아질 수 있는 자존감을 방어하는 대화구조. 이 과정에서 상대는 뻔한 위로가 아닌, 편안함, 안정감, 공감 등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겠다.
예시 2.
(상황): 여성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직장 내 고민을 털어놓는 상황. 무거운 분위기 조성.
(여): "오빠, 사실 나는 직장 내 여직원들이랑 사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거든. 친언니 같고, 친동생 같고. 그래서 더 챙겨주려고 했고. 근데 부서 내 직원끼리 평가하는 게 있었는데 상급자는 날 좋게 평가해 주셨는데 친했다고 믿었던 여직원들이 나를 최고 낮은 점수를 줬다는 거야.
부서장님이 성과평과를 보고 나를 따로 부르셔서, 혹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게 있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더라.
배신감 들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한테 문제가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남): "그동안 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정말 다 잘 지내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정말 의외이긴 하다. 나도 좀 당황스럽긴 한데. 문뜩 든 생각이긴 한데, 너가 그동안 언니, 동생 애들 연애상담도 많이 해줬었잖아? 너가 너무 예뻐서 그 사이에서 시기질투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뜬금없는 소리 같겠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만날 수 있는 이성은 한정되어 있잖아? 진화심리적으로 볼 때, 가치가 높은 남성은 한정된 자원이고 이러한 가치 높은 남성을 빨리 쟁취하는 것이 일종의 여성 생존 방법 중 하나라고 난 생각하거든.
솔직히 넌 남자 사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잖아. 워낙 싹싹하고 깍듯한 성격이니까 상급자 분들도 널 예쁘게 봐주시고. 넌 학교도 좋은 곳 나왔고 집도 잘살고. 오히려 너무 많은 걸 가져서 그게 질투의 대상이 된 건 아닌가 싶어.
난 동정받는 것보단, 차라리 시기, 질투받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
나도 너처럼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고 싶은데 난 자꾸 동정의 대상이 되는 거 같네?(장난식). 난 평가를 받았으면 오히려 일 못한다고 부서장이랑 상사가 하위권 접수를 주고, 동기 급들에겐 동정표를 고득점 받았을걸?
어찌 되었든 총점수는 너랑 나랑 비슷하겠네(웃음). 근데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열받네?
너가 저녁사"
※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당신이 집단 내에서 능력적으로 인정을 받았을 때 '셀프 디스'와 같은 드립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도 저조한 업무 능력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농담이 아닌 치명적인 자기 비하가 될 수 있다. 즉 멘트 구성도 상황을 고려해야하 함이라 할 수 있다.
▶ 회사 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방어하고, 이야기 자체는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조율함. '너가 저녁사' 식으로 단순한 일방적 동정을 하지 않음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