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기쁨

by 파란레몬

제목이 조금 감성적인 느낌이 되었지만, 술꾼의 소소한 기쁨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다양한 맛의 위스키, 와인들을 돌고 돌아서 결국 소주와 막걸리에 정착했는데 사실 나는 맥주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저렴하고 목 넘김이 좋아서, 소주랑 타 먹으면 맛있어서 등의 이유로 마시고는 했지만 맥주만 단독으로 마시는 것은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반주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빠르게 배가 불러오는 맥주는 반주를 방해하는 술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다만 남편과 퇴근길에 간단히 튀김과 마시는 생맥주는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것도 안주와 어울리기 때문이었지 맥주만 마시라면 글쎄..?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수제맥주집을 처음 접하면서 맥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는데,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나는 사워 에일을 좋아했다!

강렬한 신맛은 입안도 상큼하게 만들어주었고, 안주도 달리 필요 없어서 식사 후 마시기 딱 좋았다.

생각해 보니 강렬한 향의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평생을 나 자신과 살았는데 아직도 나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것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예전에 싫어하던 것들도 하나씩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처음으로 도전해 본 것은 천엽이었다.

소주와 뭉티기의 조합을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천엽은 이상한 생김새와 오돌토돌한 식감 때문에 어릴 적 한입 먹고 뱉은 기억만 남아 도전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인데, 이렇게 고소한 맛일 줄 알았으면 진작 먹었을 것을..

덩달아 소 등골에도 도전해 보았는데 몽글몽글 크림치즈 같은 고소함이 어찌나 맛있던지..

사실 익힌 소고기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잘 못 먹는데 생고기는 잘 먹는다는 것이 또 이상하기는 하다.

사워 에일이나 레몬맛이 강한 신맛 나는 음식들을 좋아하면서도 또 이상하게 초무침은 입에 안 맞는 건지..


어릴 적부터 꾸준히 나는 싫어하는 걸 하면 이상하게 몸살이 나고 아파서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야지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틀 안에 나를 가두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싫어하는 걸 하면 몸살은 난다.

하지만 살다 보니 1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2가 되기도 하고, 3으로 변하기도 하고..

확고하고 변함없는 내가 좋았는데, 세월 따라 변해가는 나도 제법 마음에 든다.

사람은 2차원에 저장된 정보가 아니니까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딩크족인 내가 유자녀주의로 바뀌지는 않겠지만(ㅎ)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것저것 해볼 날들이 기대된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쁨이 매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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