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오래 술을 마시고자 운동을 시작한 술꾼 부부가 있다.
분명히 처음 목적은 술을 마시기 위한 운동이었는데 어느새 재미가 붙어버린 남편은 근손실이 조금씩 두려워져 술을 줄이기 시작했고, 체력이 너무나 저질이었던 아내는 운동 후 피로해소를 위해 술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다.
건강해지는 건 분명히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자꾸 억울한 심정이 드는 건 왜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아예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라 주말에는 함께 마셨다.
7일 중 5일을 반주하던 나로서는 술친구가 없어지는 게 내심 아쉬웠는데, 운동 2주 차가 지나도 체력이 늘지 않는 게 이상해서 검색해 보니 술이 더 피로하게 만들고 회복을 뎌디게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럼 줄여야지 뭐...
심지어 주량도 줄었다.
너무 피곤하니 예전만큼 마시기도 전에 이미 취해버리고, 취하면 이 닦고 자는 내 술버릇 탓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가 없게 되었다.
분명히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건 맞는데 왜 자꾸 무언가가 억울할까..
아마도 그건 술이 주는 도파민이 너무나 컸던 게 아닌가 싶다.
나름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는 취미부자였지만, 술만큼 간편하고 빠른 시간 내로 도파민을 충족시켜 주는 게 있을까?
특히나 약간 취기가 오르고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넉넉한지..
내향내성에 예민함이라면 빠지지 않는 나도 술만 마시면 그렇게 붙임성이 좋아진다.
물론 상대도 취했을 때 얘기지만, 아무튼 술만 마시면 말이 그렇게 많아지는데 이게 또 재밌다.
평소에는 상대가 불편할 테니 참자 싶었던 온갖 얘기들을 거리낌 없이 꺼내놓으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윤리에 어긋난 얘기를 즐기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과학얘기, 우주얘기, 우주와 관련된 철학 얘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처음 이 이미지를 봤을 때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맨 정신에 얘기하면 다들 머뭇거리는 반응이 돌아오는데, 얼큰히들 취하고 나면 그렇게나 잘 통한다.
술이 깨고 나면 다시 거리를 두는 이들도 있지만..
운동 얘기를 하다가 왜 또 술 얘기로 넘어가버렸을까.
부모님도 워낙 술을 좋아하셔서 걱정이 많던 동생과 나는 술 안 마시는 어른이 되자 했었는데 어느새 동생의 걱정거리에 1명을 추가해 준 누나가 되어버렸다.
남편은 팔에 유독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지 팔 근육이 갈라지는 걸 보며 운동에 완전히 재미를 붙여버린 것 같아 보였다.
혼자 유튜브로 자세를 열심히 보고 간 다음날 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하는 게 재밌는 듯하다.
술친구가 없어져서 슬프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남편의 건강은 나도 환영이니까 이해해 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