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려고 운동하기.

헬스시작하고 한 달 차.

by 파란레몬

사실 지난주가 한 달이었지만 지난주는 이틀만 나가고 나흘을 내리 쉬었다.

피의 축제 때문이었는데, 이번 달의 축제가 유독 엄청나서 도무지 갈 수가 없었다.

생리통도 생리통인데 포궁이 어마어마하게 집을 잘 지어놓은 모양인지 아주 엄청났던 바람에..

헬스 하면 건강해지는 거 아니었나? 왜 이러지? 라면서 짜증을 내니 남편은 mbti T답게 건강해져서 오히려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며 위로해 주었고, 나도 T답게 납득이 되는 얘길 들으니 짜증이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고통은 별도의 문제니까..


약을 먹느라 술도 못 먹고, 헬스도 못 나가니 잘 참아내던 술에 대한 갈증이 피의 축제가 종료함과 동시에 빵 터져버렸다.

근손실이 어쩌고 라면서 술을 피하던 남편도 한계가 왔었는지 슬그머니 회가 당긴다는 나의 제안에 바로 콜을 외치며 우리는 단골 횟집으로 향했다.

횟집에서 적당히 소주 3병을 나눠마심으로써 마무리하려 했지만, 집에 가서 응원하는 팀의 축구를 봐야 하는데 술이 빠질 수야 없지..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우리는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 4캔과 소주 1병, 안주를 담아 집으로 돌아갔다.


과감하게 술을 사가기는 했어도 다 마실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섞어마시면 숙취가 심하니 소주 2~3잔으로 전반, 집에 있는 탄산수에 얼려놓은 레몬 슬라이스를 띄워서 후반.

남편은 맥주 반캔으로 전반, 남은 반캔으로 후반.

다음날이 월요일이니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적당히 마시자는 얘기를 분명히 나눴지만 계획은 항상 어긋나는 법.

그나마 전반전까지는 둘 다 그럭저럭 성공했는데 후반전이 문제였다.

1년 만의 원정승리를 보게 된 우리는 감격에 겨워 남은 술을 사이좋게 비웠고, 사이좋게 월요일의 운동을 쉬었다.


그래도 맥주만 섞어마신 덕분인지, 안주를 든든하게 잘 먹은 덕분인지 숙취가 엄청나게 심하지는 않았다.

그냥 속만 좀 울렁거리는 정도라서 다행히 업무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일요일은 적당히만 마시자는 암묵적인 다짐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되새겼다.


아무튼 지난주도 헬스를 쉬었는데 이번 주도 월요일부터 쉬었더니 돈이 아까워서 오늘은 쉬는 루틴이었지만 다녀왔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번 주는 전혀 졸리지도 않고 오히려 활력이 도는 기분이다.

생리 끝나고 한 주가 컨디션의 황금기라던데 그 때문일까?

한 달 내내 이런 컨디션이면 얼마나 좋을까.. 컨디션이 좋으니 또 술생각이 살짝 나려다가 월요일의 숙취를 생각하니 조금 사그라들었다.

이번 주 열심히 운동하고 주말에 또 술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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