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억기록

첫경험

내시경

by Blue Cloud

한국에서는 건강검진으로 많이 한다는 내시경 검사를 이제야 태어나 처음으로 해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의료비가 워낙 비싸고 이유가 있어야 해주는 상황이라 재작년 말 건강검진 때 이야기 해서 위내시경과 장 내시경을 추천받아 작년 8월에 겨우 예약이 되었으나 이직문제로(보험) 한 번을 미루다가 이제야 할 수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40시간의 금식을 했다. 액체상태의 닭국물은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단식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물만 먹고 지내봤다. 생각보다 허기는 크지 않았다. 단지 손이 차가워지고 온몸이 추워지는 경험을 했다.


검사 전 처방해 준 액체를 마시고 장을 비우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의 인식 속에는 음식을 먹으면 몸속(특히 장속에)에 며칠 남아 있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를 금식하고 액체를 마시고 나서 장을 비우는 과정을 보니 생각보다 내 장에 남아 있는 것들이 적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바로 소화되고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일날 혼자 가서 수속을 하고 마취를 기다리며 누워 있는데 이런저런 서류에 사인을 하며 혹시 의료 사고로 이렇게 죽거나 문제가 생기면 인생이 참 허무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담당 의사의 추천받아 간 거라 나를 진료할 의사를 만난 적이 없고 마취 전에 잠깐 본 게 전부였고 그 사람이 나의 몸속을 구석구석 볼 거라 생각을 하고 나니 좀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내 속을 검사할까 궁금해지면서 대형병원에서 나는 참으로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응급실 같은 커튼으로 된 여러 칸막이중에 하나에 들어 누워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고 밖에서는 간호원 중의 한 명이 생일이라 지나가는 간호사들이 그 사람에게 축하하는 말들을 해주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하는데 주면에는 나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사람들이 누워 있었고 수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벋어버리고 수술복을 입은 내 모습이 이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하찮게 생각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전검사 후 오후에 집에 돌아와 낮잠, 저녁에 일찍 잠을 잤고 잠깐잠깐 깼지만 오랜만에 긴 수면을 한 것 같다. 몸이 좀 리셑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 나이 들어 죽는 순간이 다가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반려견이 죽기 전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어릴 적 염을 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나면서 끝을 알 수 있다면 하루정도 금식으로 장을 비우고 죽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 하찮은 존재가 열심히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있다. 죽는 날 '이제 되었다' 생각하며 후회 없이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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