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대한 고찰
출퇴근 시간 1:10분-1:30. 집에서 걷고(10분) 버스(20분)와 지하철(25분)을 타고 걸어서(15분) 회사 도착.. 아이를 아침에 학교를 데려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내게 사춘기 아이를 내 출근시간 때문에 학교에 일찍 가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침 9시 미팅이 있으면 분단위로 예민해진다.
정해진 시간..
빨리 걷든 느리게 걷든, 걷는 시간은 거의 같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도 (가끔은 지하철이 고장이 나서 변수가 있지만) 거의 정해져 있다.
정해지지 않은 시간..
출퇴근 시간의 최대 변수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버스.. 출근할 땐 종점에서 차를 타기 때문에
어떤 날은 종점에 서있는 버스에 타면 바로 출발하기도 하고..
서있는 버스를 보고 열심히 달려가 타도 한참뒤에 출발하기도 하고..
버스 없는 정류장에 서서 기다리다 버스가 와서 타면 바로 출발하기도 하고..
버스 없는 정류장에서 버스가 와서 타도 종점이기에 한참뒤에 출발하기도 한다..
출근할 때는 보통 10-15분 정도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고 퇴근할 때는 버스 배차간격이 훨씬 늦어져서 바로 탈 때도 있지만 20-30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자주 발생한다.
지하철.. 출근 시간은 10분 이내에 오기 때문에..
어떤 날은 바로 타고 갈 수도 있고..
때로는 10분을 기다려야 타고 갈 수 있다.
역시 퇴근시간은 좀 더 걸린다.
버스는 종점에서 타기에 항상 앉아 갈 수 있지만..
지하철은 그날그날에 따라 앉기도 하고 서서 가야 한다..
그결과로..
출발시간이 같아도 내 의지로 알 수 없는 '정해지지 않은 시간'들에 의해 9시 미팅 전에 참석하거나 미팅 후에 참석하는 것이 정해진다.
이런 경우 대부분 출발시간을 당기는 것이 나의 방식이지만 아이학교 라이드 문제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동안 혼자 예민해지고, 씩씩거리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정해진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서..
오늘은 이만큼 늦게 왔네.. 하며 바로바로 오지 않는 버스와 지하철에 스스로 화를 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기준값에 넣고 나서는
오늘은 생각보다 빨리 왔네가.. 되어버리는 현상을 느끼게 되었다.
건축 디테일을 그리면서..
미니멀한 디자인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부재들의 최소 면적으로 그려놓고 그것을 그대로 지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건축 디테일 레벨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공중에 서있는 건물은 모든 것이 정확할 수 없다. 구조들은 쉽게 50mm-100mm 차이가 나고 각각의 부재에서 10-20m의 오차는 언제나 생기는 것이다. 이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으면 항상 나중에 문제가 생겨 디테일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관용과 오차를 고려하는 것.. 때로는 여유 란 말로 하기도 하는데..
나이가 드니, 그리고 외국에 살다 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인 것 같다.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줄 때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서있는 것을 보면서 지나간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차를 놓고 버스를 타러 가기에, 내가 결코 탈 수 없는 버스..
난 왜 이런 상황에서 '사랑은 타이밍이다'란 말이 생각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