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놓은 선을 일부러 넘진 않았으면..
감정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글에서 했던 이 말로 다른 생각들이 이어졌다.
먼저, 앞에서 이야기했던 김나영의 '봄내음보다 너를'
너의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 꼭 안아주던
따뜻했던 너의 향기
어떤 봄 내음보다
여운이 길었던 너였어
아직 너를 너를 그리워해
여전히 넌 내 맘 깊은 곳에
너와 걷던 길목을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떨구곤 해
비 오던 그 어느 날도
나보다 먼저 서있던
오래 기다렸다고 날 다그치지도
오히려 날 안아줬던 너
아직 너를 너를 그리워해
여전히 넌 내 맘 깊은 곳에
너와 걷던 길목을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떨구곤 해
나의 모든 날에 넌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오래오래 간직할 거야
우리 함께했던 날 전부
우리 다시 다시 만나는 날
그땐 내가 먼저 달려갈게
표현하지 못했던 온 맘을 담아
너를 더 사랑할게 너를
만든 사람은 죽은 반려견을 위해 만든 가사였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헤어진 연인을 생각나게 했던,
그리고,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
구름 낀 하늘은 왠지 니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창문들마저도 닫지 못하고
하루 종일 서성이며 있었지
삶의 작은 문턱조차 쉽사리 넘지 못했던
너에게 나는 무슨 말이 하고파서였을까
먼 산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놓아주라 하는데)
난 왜(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
길 잃은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 향해 그리움 외칠 때
같이 놀던 어린나무 한 그루
혼자 남게 되는 게 싫었지
해 져 가는 넓은 들판 위에서 차가운 바람
불어도 들려오던 노래 내 곁에 없었지
먼 산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놓아주라 하는데)
난 왜(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
먼 산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놓아주라 하는데)
난 왜(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
1994년 YB 1집 음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많이 좋아했던 노래였고 노래방에서 많이 불렀던 노래였는데,
만든 사람은 군대에서 의문사한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만든노래였다는데 나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걸로 최근까지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래전 학교에서 배웠던 한용운의 시,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 <님의 침묵>(회동서관,1926) -
스님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대한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고, 나라를 빼앗긴 일제의 침략 상황에서 만든 사람은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님'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시들은 이러한 중의적인 내용에 의해 우리가 사춘기 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 말을 듣고 당시에는 '에이~' 이런 걸 '복종'이라 할 수 없는 거지.. 하며 '모순'이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 인내심의 한계, 혹은 나의 발작 버튼, 같은 것으로 이해가 되고 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선을 넘어버릴 때 복종하려는 관계도 깨어질 수 있는 것인데.. 제발 선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여자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기인 고무줄을 달려와 일부러 끊어 버리는 아이 같고,
초등학교 책상에 그어놓은 선을 일부러 넘어오려는 아이 같은데..
선을 만든 사람의 작은 그릇을 탓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지만..
그런 아이와 있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