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찍다.

안내인가? 강요인가?

by Blue Cloud

동물원 코끼리 우리 앞에서 누군가 '코끼리의 발톱이 징그러워'라고 말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평소 보지도 않던 발톱을 애써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정말 징그러운 발톱이야.. 그리고 자꾸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처음 한 번의 숟갈(젓가락)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 면이 너무 익었다, 덜 익었다. 짜다 맹맹하다, 시다, 달다. 가끔은 너무 맛있다.. 그러면 같이 먹던 사람들은 그 사람이 한 말을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하게 된다.


주변에는 즉시 평가하고 단정 짓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첫 번째 판단에 확신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이 뱉어버린 말이 주변사람들에게 좌표를 찍고 사람들에게 스스로 할 판단 대신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때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말해주는 것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특히 그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그 경솔함에 내 정신이 아파짐을 느낀다.


나는 동물원에서 코끼리의 행동을 보면서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걸까 생각하고 싶고, 가까이에서 본 코끼리의 듬성듬성 까실한 피부가 신기했고 코끼리의 말랑말랑해 보이는 발바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누군가는 코끼리 발톱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음식을 먹으면 대체로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먹으려 한다. 그 음식의 판단은 결국에 음식을 먹는 순간의 내 주관적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에 즉각적인 판단은 보류.. 하려 한다. 배고플 때 먹는 음식과 배부를 때 먹는 음식을 대할 때 달라지는 나의 하찮은 주관적 판단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하기 싫으니까. 그리고 먹고 난 후 다음에, 그다음에도 그 음식이 생각나면 나는 맛있는 집이라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다음에는 잘 바꾸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스스로를 주관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인가? 생각할 때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판단에 동의해 주기를 원하고, 판단을 미루는 나를 한심해하며 답답해한다는 것에 있다. 아무리 내가 다른 판단과정을 이야기해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회피, 거리 두기가 최선인 것 같다.



2023-12-25_20-18-30.jpg https://samuielephanthaven.org/the-dainty-feet-of-an-eleph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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