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력 내력

배우 이선균을 기억하며..

by Blue Cloud

내가 배우 이선균을 알게 된 건 커피 프린스랑 공효진과 나왔던 파스타 였던 것 같다.

외국에 살면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마지막 회까지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목소리 좋은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기억하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의 아저씨'였다.

구조기술사로 나오는 극 중 역할이 건축을 하는 나의 직업과 유사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아이유를 좋아하는 나의 팬심이었을 수도 있고,

가족 속의 관계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의 많은 대사들이 나에게 깊이 다가왔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미국 9/11에서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붕괴되는 것을 보고, 건축을 디자인할 때 어떠한 비행기가 와서 부딧쳐도 무너지지 않는 100층 빌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적어도 그때의 사고처럼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은, 구조에 들어가는 크기나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구조가 커짐에 따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지.않.는. 것이다.

돈을 투자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입장에서는 어느정도까지 발생가능한 안전에 관련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계획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요소이다. 더 많은 고려한다는 것은 더 많은 비용지출과 더 적은 임대면적을 의미하기 때문이고, 비용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경우의 수를 찾으려 하는 욕구가 생긴다.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각의 정부에서는 '최소한'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을 만들어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건축법규'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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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안전에 대한 '최소한'이 어려운 것이, 설정기준이라는 것은 실험실의 결과치와 계산에 의한 것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지어질 때는 많은 변수가 생기고, 또한 자연의 힘은 우리가 예측하는 대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설정했다 해서 100% 예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카고의 도시를 대부분 태운 19세기 화재 이후 시카고의 화재에 관련된 법규가 엄청 까다로워졌다던가, 지진이 많은 지역에서는 과거 100년 동안 발생했던 지진의 최대치를 가지고 기준을 만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지만, 이런 기준이 만들어졌어도 여전히 화재와 지진으로 무너지는 건물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건축 비용의 증가와 건축 디자인의 다양성을 제안하는 문제도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나 비용과 안전이라는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것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현재 건축법규의 개념은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물 속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적어도 2-3시간을 버티도록 하는 것이다.


군시절 중대장으로 130여 명의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사회에서 멀쩡한 친구들이 군대에서 자살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 '갑자기 바뀐 환경 속 고립된 자아'가 원인이란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계급 사회 속에 자신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어지고, 혼자서 한번 시작된 고민과 걱정의 감정은 주위의 아무런 제재나 간섭 없이 혼자서 눈덩이 불어나듯 점점 커지게 된다. 이는 외력에 견딜 수 있는 내력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외력에 무너지고, 결국 자살 사고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물이 지어지고 난 후에는 눈에 보이는 기둥이 내력을 상실했는지는 안전진단 하는 전문가들도 구분해 내기 힘들다.

그 당시에 내가 강조했던 건 '내가 그럴수 있다'는 '깨달음'이라 생각했고, 항상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겪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러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밖으로 꺼내서 혼자 엄한 곳으로 생각이 가지 않게 하라는..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설계할 때 대형항공기의 충돌은 예상하지 않은 외력변수였고 당시의 안전치를 고려한 법규에 맞춰 쌓은 내력으로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처럼, 이선균 씨에게 10월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자신에게 예상하지 못한 외력변수였고, 그래서 자신이 만들었던 내력으로 버틸 수 없었던 것 같다.

월드트레이드 센터 사고 이후 대대적인 원인조사와 예방을 준비해 같은 사고를 발생하지 않게 하고 노력하였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죽음을 위로하듯, 이선균 씨의 일도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되길 희망한다.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선균 씨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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