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극한

자기위안 과 자기기만

by Blue Cloud

1. 안전? - 다리 찢기

유치원 대신 태권도장을 다녔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다녀 1단을 따고, 학군생활을 하며 2단을 취득했다. 어릴 적 태권도를 하면서 발차기를 하기 위해 다리를 찢는 과정이 있었다. 난 다리를 찢는 것이 나의 근육의 최대치를 넘기는 것이고 망가져 버린다고 믿었다. 최대치까지 가지 않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내 몸을 보호하는 것이라 믿었다. 스트레치 할 때 의도적으로 극한으로 하지 않았다. 다행히 남들보다 좋았던 점프력으로 벌려지지 않는 다리를 숨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2. 극한! - 도자기

대학 3학년 학군 ROTC생활 과정 당시 시험기간 '도자기, 도서관 자리 잡아주는 기사'라는 이름으로 주변 사람의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있었다. 새벽, 혹은 도서관 문이 닫고 나서 가방으로 줄을 만들고, 새벽 5시 정도에 도서관 문이 열리면 순서대로 들어가 가방이든, 책을 놓는 것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룰이 있었다. 시험기간에는 도서관 문 열 때 자리를 잡지 않으면 하루종일 자리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한참 연애할 때라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친구들의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내겐 중요한 행사였다. 3학년 학군 과정은 매일 아침 7시 체력훈련을 했다. 3학년 동기들 중에 한 명이 지각하면 전체 인원이 훈련(벌)을 받게 된다. 그다음 단과 선배들에게 단과 동료전체가 훈련받고, 학과 동기들이 학과 선배에게 훈련 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4학년 선배들이 구타 가혹행위는 당연한 것들이었다. 선배들의 훈련은 주로 저녁 12시 뒷산 무덤가였고 반복되는 PT 훈련과 함께 새벽 3-4시에 돌려보내준다. 밤을 세기도 잠을 자기도 애매한 시간..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 확인전화를 하지만 도서관 자리를 잡으려면 그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밤을 새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당시 나는 한두 시간을 자더라도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자면 눈을 뜨고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었다. 동기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내가 자리를 잡아주어야 하루종일 나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연애의 감정이 나의 정신력이 체력을 극복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기상시간에 관해서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3. 안전! - 토머스쿡북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대학 4학년때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혼자 유럽배낭여행을 갔었다. 군입대 전 급하게 준비했고, 겨울이었고, 영어도 잘 못하던 시절이라 43일의 배낭여행은 지금생각해 보면 좀 무모했지만 큰 사고 없이 돌아왔기에 인생에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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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처음 접한 문화적 충격은 유럽 전체가 기차로 연결되어 있고 기차 시간을 분단위로 적어 놓은 토마스쿡이란 두꺼운 책에 적힌 분단위 시각에 정확히 맞추어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왔던 기억은 기차역에서 연결되는 장거리 버스 시간도 정확한 시간에 맞춰 출발하고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기차는 그렇다 해도 버스는 교통 체증도 있을 텐데 어떻게 시간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지 궁금해 주의 깊게 관찰했다. 내가 찾은 결론은 버스가 최고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가 막히지 않아도 정해진 속도(좀 천천히)로 달리고 예상치 못한 정체가 있으면 정체 후 속도를 좀 올려 도착하는 시간은 일찍도 늦게도 아닌 정시에 맞춘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 환경에 길들여졌던 나는 좀 답답한 생각이 들었었다. 차가 막히지 않을 때 좀 더 빨리 달려 빨리 도착하면 좋은 거 아닌가 하는.. 한국식 사고였단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승객이나 기사분들이나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항상 하도록 강요한다. 어디에서나 안전율,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은 낭비라 생각하고 최대치를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비난하게 된다. 이는 한국에서 많은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항상 최대치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주위에 휩쓸려 자신도 따라가고 있지만, 항상 많은 스트레스 속에 자신을 내놓아야 한다. 언제나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잘해야 본전.. 항상 네거티브만이 존재한다.


On time, 정확한 도착시간에 중요성을 둔다면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위해, 안전, 여분의 장치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되면 빨리 가려는데 쓰는 기사분의 에너지는 승차서비스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나의 이런 경험은 20년이 넘은 과거이고 지금의 한국 상황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4. 극한! - 자기기만

최재천 교수가 '자기기만'이란 말을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정신력'이라는 것은 정신분석학 적으로 자기가 자기를 속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극한상 황하 전술훈련, ROTC로 임관 후 자대배치 전 신병훈련과 같은 집체 교육을 받는다. 과정 중에 2주 정도의 유격을 하는데 유격의 마지막은 행군. 밤새 산을 타고 행군을 해서 다음날 아침 시골 운동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나는 과정. 몇 명이 돌아가면서 리더의 임무를 하며 팀을 이끈다. 내가 리더로 팀을 이끌 때 무거운 군장과 오랜 행군으로 지친 체력이었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앞뒤를 오가며 동료들을 챙기고 극한상황 속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했다. 난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곳에서 힘이 생겼다. 동료들이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2024-01-09_21-10-40.jpg BREAKING BAD - GUS ENDING

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나쁜 역으로 나오는 '거스'라는 사람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주 친절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제일 나쁜 마약조직의 보스, 마지막 병실에서 자살 폭발로 사고가 나지만 폭발 후 문이 열리고 태연하게 걸어 나온다. 그다음 장면은 이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보여준다. 이미 폭발로 다 떨어져 나간 모습. 그리고 쓰러지며 최후를 맞이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나의 유격행군 때가 생각났다. 일시적이지만 정신은 육체를 초월할 수 있는 생각을 했다.

'자기기만', '정신력'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5. 극한! - 컴페티션,

입사 후, 우연히 한국 프로젝트에 내가 클라이언트와 회사를 연결해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없던 프로젝트를 내가 따온 것은 아니었고, 한국 클라이언트가 내가 있는 회사에 연락을 하려 했는데 내 지인을 통해 내게로 연락이 온경우였다. 내가 있는 팀에서 하지 않아 임시로 다른 팀에 들어가서 디자이너로 참여했었다. 15년이 지난 프로젝트지만 아직도 Confidential이 걸려있어 회사 이미지는 쓸 수 없다. 결론적으로 컴페티션에 당선되지 않았고, 당선된 팀도 프로젝트 사정에 의해 취소가 되었다.

처음 하는 한국 프로젝트였고, 내가 연결한 것이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나를 모르는 다른 팀에서 내가 존재감을 내기 위해서는 많이 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회의와 다양한 옵션들이 만들어지고 사장과 회의를 한다. 회의를 하고 나면 옵션들을 리뷰하고 또 새로운 옵션들이 나온다. 다음날 회의 때까지 리뷰에서 나온 옵션들을 발전시켜 3D나 모델로 만들어 준비해야 했다. 나를 포함 3명의 실무 디자이너가 옵션들을 만들어 내놓는 역할을 했고, 각각의 방향성을 갖고 옵션을 만들었다. 아래 이미지의 최종안에서 나 스스로는 나의 옵션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믿고 있다. 다른 시간에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매일매일 디자인 사장은 리뷰를 하면서 디자이너들을 쥐어짜게 된다. 때론 칭찬으로 때론 질책으로,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면 극한에 다가감을 느낄 때가 있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극한상황 속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극한 상황으로 내 모는 것이 때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captura-de-pantalla-2011-08-19-a-las-17-07-33.jpg https://www.archdaily.mx/mx/02-103900/en-construccion-noticias-tree-trunk-towers-rascacielos-de-plan

6. 나이가 들어 극한 속에 나를 내놓을때, 그 날것의 기억이 떠올라 피를 끓게 하지만, 그 뒤에 오는 육체적 피로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때의 정신적 방황으로, 안전을 이야기 하며 머뭇거리는 나를 보게 된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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