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아서
1.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대학 일 학년 입학하자마자 공식적으로 동아리 신입생 모집을 하기 전에 동아리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했고 선배들과 친해져, 나중에 들어온 동기들은 나를 선배로 생각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었다. 나의 대학 1학년 1학기는 사진동아리가 건축과 함께 내가 공들였던 대상이었다. 자연스럽게 2학기가 되어 동아리 1학년 회장이 되어 행사를 진행했고 결국 2학기 신입생 추가모집 행사에서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2학기 후반부터 운명의 사람에게 나의 공들이는 시간은 옮겨졌고, 건축과 소모임인 작업실의 강한 압박과 건축설계 수업으로 나의 시간을 동아리에게 완전히 쓸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전체 동아리를 책임져야 하는 2학년때에는 아무 임원도 맡지 않고 일반회원으로 남게 된다. 회장이나 동아리 안에서 파워가 있는 암실부장, 혹은 촬영부장이라는 직책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학년의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나의 줄어든 공들인 시간으로 인해 동아리 내에서 스스로 느껴지는 소외감이 들었다.. 내가 공들이지 못한 시간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들어오는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난 나의 대학생활 시작할 때 공들였던 시간으로 이미 내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기에.. 때론 나 스스로가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아리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 결과.. 지금도 그때의 친구들과 연락하며 노후의 시간들을 꿈꾸고 있다.
2.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한동안 함께 살았던 서부영화를 좋아하신 고모부님 덕분에 주말마다 토요명화를 잠자는척하며 볼 수 있었다. 모든 서부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나쁜 악당을 아주 쉽게 무찌르지만 항상 주인공에게 소중한 존재가 악당에게 인질로 잡히면서 주인공은 위기를 겪게 된다.
그 영향인지 언제부턴가 내게 소중한 것은 나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강해지기 위해, 먼저 내게 소중한 것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다음에는 소중한 것일수록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3.
이런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를 만들지 말자는 말로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내가 대학교 때 미니멀리즘, 무소유, 그리고 근대 모던 건축을 좋아했던 것도 비슷한 흐름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것이라는 건, 단지 '내가' 그만큼 공을 들였기 때문인 것이고 그것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부여한 의미이기에 다른 사람에겐 하찮은 것이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상대방의 소중함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그러나,
그렇게 개인적인 소중한 것, 의미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한 나의 '공들임'의 노력이 하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고 의미 없다.. 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인 것에 공을 들이고 의미를 만드는 것이 부질없어졌고, 이것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공들임'을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림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공들임' 또한 의미 없다.. 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의미 없어졌고,
젊어지려 외모에 몰두하는 것이 의미 없어졌고,
그럼에도..
난 오늘도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 서성이고 있다.
4.
아직까지 성적 매력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생각해..
성적 매력이라는 것은 영원하진 않더라..
영원할 것 같던 젊음이 어느새 늙음으로 바뀌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성적 매력이라는 것이 사라짐을 느끼면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성적 매력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제 나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고 있다.
5.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은 것과도 연결된다.
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공을 들인 공간이 갑자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사소한 이유로 강제로 제한됨을 경험하고, 악당에게 잡힌 인질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