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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r 16. 2024

치과를 다녀와서

세월을 느끼다

며칠 전 자기 전에 양치를 하고 치실을 하다가 왼쪽 아랫이빨에 오래전 때웠던 물질? 이 떨어져 나왔다. 다니던 치과에 응급으로 예약해서 오늘 다녀왔다.


1. 병원 예약하고 치료받으러 가기 전까지 이제 나이도 있고 혹시 더 이상 다시 때울 수는 없고 임플란트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다. 예전에 한국에 갔을대 치과에 가서 내 이빨 상태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나 정도 되면 임플란트 하라고 한다면서 미국 의사가 잘 치료해 준 것 같단 이야기를 듣고 지금 의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 지난번 정기검사 때 내게 겁을 줬던 의사 선생님을 말도 생각나며 나름 열심히 한다고 치실을 하다가 발생한 일이라 좀 억울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한다. 이빨관리 잘하라고..

 

2. 음식을 씹을 때 내가 왼쪽으로만 씹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동안 오른쪽으로 씹으려 하다 보니 굉장히 어색하고 근육이 아픔을 느꼈다. 아마도 이번 일이 없었다면 점점 더 왼쪽 턱으로 비대칭이 되었을 것 같단 생각을 하니 나름 좋은 일이었다 생각하려 한다.


3. 초등학교 때 처음 치과를 갔을 때 생긴 안 좋은 기억들, 그때는 마취를 잘하지 않아서였는지 순간순간 신경을 건드려 움찔하게 하는 고통과 드릴 돌아가는 소리, 이가 갈리는 소리, 냄새, 괜히 내가 잘못 움직였다가 그 드릴에 내 일부가 날아갈 것 같은 긴장 속 시간들.. 요즈음에는 마취할 때 잠깐 아픈 것 말고는 거의 통증은 느낄 수 없다. 기술의 발전인지 이미 내게 남은 신경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처럼 무서움은 없다. 그래도 이빨이 갈리면서 나오는 냄새로 옛 생각이 조금 나긴 했다.


4. 마지막단계로 기존에 있는 윗니와의 형태를 맞추기 위해 내 나이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는 '먹지'같은걸 이빨에 대고 씹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닿는 부분에 잉크가 묻으면 그곳을 좀 더 갈아 윗니와 부딧치지 않게 형태를 만든다. 물어서 잉크를 묻히고 드릴로 갈고 잉크를 묻히고 갈고를 한 열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의사의 실력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윗니와 아랫이의 관계가 부부관계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갖고 있는 형태에 부딧치며 맞춰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 많이들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는..


5. 문제가 생긴 이빨은 아래쪽 끝에서 두 번째였는데, 이빨을 상태를 보더니 제일 끝에 있는 것도 문제가 있으니 같이 교체한다고 해서 동의했다. 끝에 이빨은 오래전 한국에서 한 거라 은색을 띄고 있는 물질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20년도 더 된 것이었다. 요즈음은 이빨색과 같은 걸로 해서 끝나고 거울을 보니 은색은 없어지고 깨끗한 새 이빨이 생긴 것 같아 잠시 기분이 좋았다.


6. 의사 선생님이 내 기록을 보더니 이번에 문제 생긴 이빨이 자기가 9년 전에 했던 거란 말을 해줬다. 갑자기 내가 이 병원에 그렇게나 오래 다녔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월을 느끼게 되었다. 미국 생활도 이젠 한국생활만큼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땜질? 한 게 10년 정도 유지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10년 후에 다시 이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난 어디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 궁금해졌다. 

여전히 홀씨로 어딘가 날아다니고 있으려나.. 

엄청난 뒷태로 나를 피식 웃게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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