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새벽에 물과 친해지기

by 혜일



원체 나는 물이 무섭고 겁이 많다. 사십여 년 동안 물은 내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였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런 물과 친해지려 노력 중이다. 근처 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은 한창 수영장을 다닐 때, 대화의 팔 할을 수영 이야기에 할애했다. 수영은 최고의 유산소 운동에다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자기 전에도 그는 유튜브를 보며 영법을 공부하고, 팔로 물살을 가르는 흉내를 수시로 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수영이란 분명 중독성이 강한 운동일 것이라고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수강생 정원이 7명뿐이라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강습을 신청했다. 아침반은 아이들 등교 시간과 겹쳐 불가능했고, 저녁반 역시 남편의 퇴근 시간이 빠듯하니 어려웠다. 나는 '되면 좋고, 아님 말고.'식으로 새벽반을 접수했다. 그런데 덜컥 신청이 되고 말았다. 자유 수영을 신청한 물개 남편은 오히려 선착순에서 밀려났고 말이다.



강습 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러운 마음이 커졌다. 기상 시간을 당기려니 일찍 자야 했다. 새벽이라 체육센터까지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것도 일이었다. 게다가 준비할 게 많았다. 수영복에 모자에 물안경까지. 수건과 샤워용품도 일일이 갖고 다녀야 했다. 드디어 수업 첫날, 긴장한 탓인지 밤에 수시로 깼다.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서는 바깥을 바라보았는데 어두컴컴했다. 바나나 한 개를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는 밖을 나섰다. 도로 위는 신기하리만큼 차가 없었다.



이 새벽에 너는 왜 안 하던 짓을 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자신이 없어 나와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한통속으로 묶여있었다. 수영을 시작하며 물과 친해지는 일뿐만 아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일, 타인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꾸준히 지속하는 일이 그랬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까이하고 싶은, 잘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중간중간 나 자신을 또 전복시킬 테지만. 이제는 느린 걸음이라도 계속 걷겠다고, 다만 멈추지는 않을 자신이 조금 생겼노라고 나에게 대답했다.





아침 6시 5분 전. 어색한 복장을 하고서는 수영장 안으로 들어서는데 '삑, 삑, 삐-빅' 소리가 들렸다. 준비 운동을 시작하는 호각 소리가 왠지 감격스러울 만큼 힘차게 들렸다. 아마도 나는 그 청신한 소리에 반했는지 지금까지 꾸준히 강습을 듣고 있다. 강습이 없는 날에도 수영장을 매일같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가까이에 좋은 것들을 계속 두고 싶어서이다.



수영을 배운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한 가지 목표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과 친해지자. 물에 대한 공포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무섭다. 그럼에도 온전히 힘을 빼고 물에 뜨는 연습, 없는 근력을 모두 끌어모아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물이 무서울 때면 엄마 뱃속을 상상해본다. 태 안에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이 물이었을 테다. 열 달 내내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곳이 물이었단 말이다. 물론 그 기억은 까마득히 잊은 상태이지만 물은 나를 가장 안전하게 해 주던 장소, 맨 몸의 나와 가장 가까웠던 존재였을 테다. 수면 아래를 바라보고 몸을 둥둥 띄우고선 그렇게 마음을 다스린다. 중요한 것은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이겠지. 언젠가 수영도 나의 좋은 취미 생활이 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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