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무늬 Jan 01. 2019

가독성으로 승부하는 웹소설 문장 쓰는 법

맞춤법 검사기 주소 첨부


웹소설 문장은 여느 소설의 문장과 다르다. 에세이나 인문 서적 문장과도 판이하다. (웹소설의 특성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읽어보시길.)


차이가 없다면 글솜씨 좋기로 이름난 문학 전공자들이 웹소설 계를 평정했어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나처럼 순문학에서 넘어온 작가도 있지만, 대다수 작가가 문예창작 전공자가 아니다.


<김 비서가 왜 이럴까?>의 정경윤 작가는 약사였으며,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의 비츄 작가는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공무원, 교사, 주부, 학생 등 누구나 웹소설을 쓸 수 있다. 대박 작가도 될 수 있다.


반면에 웹소설은 도저히 못 쓰겠다는 순문학 작가들이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문장부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문장도, 작가가 추구하는 문장도 따로 있다.


그럼 웹소설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뭐니 뭐니해도 가독성이다.
속도감 있게 술술 잘 읽히는 문장이 각광받는다.


출퇴근 시간,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소설을 읽는 독자를 떠올려보라. 주변은 시끄럽고, 피로 때문에 눈도 뻑뻑하다. 어떤 문장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소재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가독성 떨어지면 소용없다. 무조건 잘 읽혀야 한다.


느린 문장, 난해한 문장, 지루한 문장은 작품을 포기하게 만든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이달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유튜브, 게임, 웹툰 등 독자의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볼거리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독자 대부분이 모바일로 웹소설을 읽는다. 플랫폼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화면에 담기는 문장은 몇 줄 되지 않는다. 그 몇 줄에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01. 부디 짧게 쓰자.


짧게 쓰는 것을 빼고 가독성을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작법서가 짧게 쓰란 조언으로 시작한다. 웹소설을 쓸 때 단문은 필수다. 속도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짧게 쓰는 게 쉬울까? 길게 쓰는 게 쉬울까?


얼핏 단문이 쉬울 것 같지만, 신인 작가들은 장문을 더 많이 쓴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압축된 단어로 표현하려면 내공이 필요하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가 혼동되고, 비문이 되기 쉽다. 독자의 집중력도 분산된다. 독자들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안 읽을 뿐이다.


짧게 쓰면 약점이 덜 드러난다.
글의 호흡도 빨라진다.
긴장감도 더해진다.
그러니 짧게 쓰자.


02. 리듬을 더하자.


단문이 좋다지만 무조건 단문만 쓸 순 없다. 어색하게 토막 낸 단문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짧게 쓰는 것도 가독성 때문 아닌가.


대화도 마찬가지다. 짧은 말만 주고받거나, 연설처럼 긴 대화가 이어지면 지루해진다.


지루함은 웹소설의 절대악이다.


단문, 중문, 장문을 조합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자. 리듬감이 더해져야 읽기 쉬워진다.

리듬은 반복이 아닌 변화에서 생긴다.


문장 구조도 점검해보자. 초심자의 문장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될 때가 많다.


‘…하고, …하다.’, ‘…했지만, …했다.’ 등.


문장을 꼭 ‘다’로 끝낼 필요는 없다. 의문형도 좋고, 접속어도 괜찮다.

그 또한 너무 반복되지 않는다면.



03. 대화체로 쓰자.


대화의 중요성은 몇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지문은 건너뛰고 대화만 읽는 독자도 있다. 대화형 웹소설 플랫폼이 등장할 정도니 말 다했다.


대화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캐릭터 표현, 배경 묘사, 갈등 고조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대화만으로 훌륭한 소설이 완성된다.


나는 지문 5줄이 넘어가면 대화를 넣으려고 애쓴다. 속마음이라도 따옴표 안에 넣어야 안심된다. 내가 독자일 때도 대화체 읽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 편에서 대화가 최소 50% 이상이 되게끔 구성하고 있다. 대화만 골라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게 좋다.


맛깔나는 대화를 연구하자.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가족, 친구와의 대화도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누가 어떤 말투로 개성을 드러낼까?

허를 찌르는 질문엔 뭐가 있을까?

어떻게 대답해야 신선할까?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끝없이 고민하며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자.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작법서에서 흔히 등장하는 말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여주지 말고 들려줘라.’라고 하고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직접 말하게 하고,
독자가 그 목소리를 듣게 하자.



04. 정말 필요한 문장만 쓰자.


웹소설 문장은 철저히 계산되어야 한다. 


그 문장이 쓰였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기여해야 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든, 캐릭터를 부각하든, 긴장을 고조시키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문장은
과감하게 삭제하자.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빼자.

꼭 필요한 문장이라도 늘어지거나, 지루해지면 줄이자. 분량 늘이기 위한 문장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다. 가독성도 팍팍 떨어뜨린다.


필요한 문장과 필요하지 않은 문장을 골라내는 것도 필력이다. 



05. 멋 부려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공들여 꾸민 화장보다 민낯이 매력적일 때가 있다. 웹소설이 그렇다. 담백하게 잘 읽히는 문장이면 충분하다.


멋들어진 문장을 쓰려고 머리를 쥐어짤 필요는 없다. 그 시간에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걸 추천한다.


독자는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고싶어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멋 부린 문장은 티가 난다.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문장도 빤히 들여다보인다. 작가의 겉멋? 지적 허영심? 독자가 모를 리 없다.


쉬운 단어가 있는데 억지로 어려운 말 끼워 넣지 말자.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가독성도 떨어진다.


*주의*

연령이 낮은 독자보다 높은 독자가, 남성 독자보다 여성 독자가 아름다운 문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30대 이상, 여성 독자 대상의 로맨스 작가라면 문장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06. 접속사, 주어를 줄이자.


부탁을 받아 신인 작가의 첫 소설을 감평한 적이 있다. 한 문장에 접속사가 몇 개씩 등장해서 기함했는데, 그 작가는 자신이 접속사를 많이 쓴다는 걸 모르고 있더라.


접속사를 남발하면 초보 티가 난다. 접속사만 줄여도 문장이 날렵해진다.


무조건 주어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길. 접속사나 주어 없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별문제 없다.


나는 웬만하면 접속사를 쓰지 않는 편이다. 출판사 교정 원고를 보면 접속사가 추가되어 있을 때가 많다.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법이다. 어색해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덜어내는 걸 추천한다.



07. 신뢰도를 높이자.


오타와 비문, 단어중복 등은 작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풍 번역체, 감탄사 남발도 독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일부 독자만 열광하는 문장이 아닌 다수 독자에게 통하는 문장을 쓰자.


오타는 기성 작가에게도 참 어려운 문제다. 작가와 에디터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출간하면 슬그머니 또 나타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맞춤법은 탄탄하게 익히길 추천한다. 기본기가 작가와 작품의 품격을 높인다.


나는 나라인포테크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사용 중이다.

한글 2018 버전에는 기본 탑재되었다고 한다.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는 작가도 있다.

맞춤법 검사 어플도 꽤 많다.


인크루트 퍼펙트 맞춤법 검사기    http://www.incruit.com/tools/spell/

사람인 글자 수 세기/맞춤법 검사기    http://www.saramin.co.kr/zf_user/tools/character-counter 

나라인포테크    http://speller.cs.pusan.ac.kr/  



08. 수정을 잊지 말자.


원고 다 썼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완결 후에도 할 일이 참 많다.


출판사와 교정본을 주고받다 보면 폴더는 [초고] - [1교] - [2교] - [3교] 기타 등등 원고로 가득해진다.


수정궁에서 끝난 줄만 알았던 원고를 보고 또 봐야 한다. (수정궁이 뭔지 모른다면 은밀한 웹소설 용어사전 下편을 참고하길) 연재 중이라면 매 편 올릴 때마다 수정해야 한다.


매체가 달라지면 안 보이던 오타가 보인다.

문장의 호흡도 달라진다.


노트북으로 볼 때, 휴대폰으로 볼 때, 프린트해서 볼 때가 다 다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보고 수정하는 것을 권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플랫폼 조판 양식을 내려받아서 쓰는 것도 좋다. 많은 작가가 그렇게 한다. 나는 한글 프로그램을 쓰지만, 카카오페이지 조판 양식으로 작업한다.


이것이 카카오페이지 조판 양식!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갓 시작한 초보라면 선배 작가에게 감평을 부탁하자.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반복되는 지적은 고치는 편이 낫다.


작법서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보이는 격언이 있다. ‘세상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수정을 강조할 때마다 이 말을 한 헤밍웨이가 소환된다.


쓰레기는 아닐지라도
고칠수록 좋아지는 게 문장이다.
문장은 소설의 기본이다.
문장이 살아야 소설도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