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야 하는 웹소설의 특징!
작법서를 읽다 보면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게,
맨 첫 장에서 개념 정리부터 시작한다는 거다.
웹소설이란 말이 언제 등장했느니, 발전과정이 어떻다느니 골치 아픈 소리만 잔뜩 늘어놓는다.
나는 그런 얘기 하나도 안 궁금한데.
웹소설이 뭔지 잘 아는 분들은 대충 훑어만 보시라.
이번 장은 과감히 넘기는 것도 방법이겠다.
하지만
"웹소설이나 소설이나 그게 그거 아니야?
달라 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부디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란다.
웹소설을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보면 인터넷 소설이라느니, 대부분 공짜로 볼 수 있다느니 허무맹랑한 소리만 적혀있다.
웹소설의 정의가 뭔지는 자유롭게 생각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특성이다.
교보문고에 가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자.
에세이, 인문, 교양, 자기계발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상위에 랭크되어있다.
문학 장르도 간혹 눈에 보이지만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번역작품일 확률이 높다.
아니면 문학판에서 십수 년 동안 군림해온 베스트셀러작가의 신작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1년에 1권 나올까 말까 한 사회적 이슈를 던진 소설이겠지.
웹소설은 눈 씻고 찾아봐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엔 없다.
원래 웹소설은 종이책으로 잘 찍지 않는다.
찍는 경우도 있는데 종이책 팔아서 돈 벌 생각은 출판사도, 작가도 안 한다. 대박 작품이 독자 소장용 책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한다.
딱 한 경우, 웹소설이 초대박 쳐서 드라마화되면 배우 얼굴 박아넣은 띠지 두르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왜 그럴까?
종이책을 보는 독자와 웹소설을 보는 독자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에 무거운 책을 챙겨 다니며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다른 쪽에는 짬 날 때 휴대폰으로 웹소설 플랫폼에 접속하는 사람이 있다.
뭔가 읽는다는 공통점 빼곤 다 다르다.
관심사도, 집중도도, 원하는 바도.
같은 과채류지만 토마토와 딸기는 맛도 쓰임도 너무 다르다.
눈꽃 빙수 위에 올라간 방울토마토나 매콤짭짤한 물회에 동동 떠 있는 딸기를 떠올려보라.
개취 존중이라지만 정말 끔찍하다.
토마토 읽고 싶은 사람은 토마토를, 딸기 읽고 싶은 사람은 딸기를 읽으면 된다.
그 둘 사이에 위상 차이는 없다.
대신 딸기 집에 가서 토마토 달라고 생떼부리면 안된다.
작가도 딸기 먹으러 온 손님한테 토마토 내놓으면 안 되고.
이유는 간단하다.
1. 심심해서.
2. 시간 보내려고.
3. 머리 식히려고.
4. 재미있어서.
기타 등등.
웹소설에서 인생의 조언을 찾거나(우연히 찾을 순 있다) 인문학적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독자는 없다.
팍팍한 하루를 살다가 짬 날 때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분 전환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킬링타임용’이라는 것과 ‘모바일’로 접속한다는 것이다.
킬링타임용인데 머리 쥐어짜면서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읽고 싶을까? 갈등에 갈등이 겹쳐지면서 주인공이 고통만 당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독자층이 생겼지만, 그런 작품은 하늘이 내린 글빨을 가졌더라도 통하기 어렵다.
웹소설 독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호흡이 느리고, 난해한 이야기는 몇 줄도 읽어주지 않는다.
아니,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지 못하면 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퇴장해야 한다.
그래서 웹소설은 문장이 짧고, 빠른 전개를 선호한다. 권 단위가 아니라 편 단위로 읽기 때문에 한편에 기승전결이 녹아야 한다.
다음 편이 궁금해지도록 끝마무리도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에서 벗어나서도 안 된다.
국어시간에 배운 ‘발단 - 전개 - 위기 - 클라이막스 - 대단원’은 부디 잊으시길.
우리가 써야 하는 건 그런 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생기는 작가의 고충은 심화 작법 편에서 다루겠다.
웹소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아, 이러면 보통 작법서랑 똑같아지니까 집어치우겠다.
어쨌든 모바일이 흥하면서 웹소설 시장도 급성장했다.
현재 억대 수익을 자랑하는 대박 작가들 중엔 웹소설이 인기 있을 즈음 등장한 신인 작가들도 있다.
<김 비서는 왜 이럴까?>의 정경윤 작가.
<구르미 그린 달빛> 윤이수 작가.
<드림사이드> 홍정훈 작가 등.
웹소설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로맨스 쓰고, 판타지 쓰던 작가들이 그대로 넘어온 경우도 많다.
달리 말하면 모바일 환경에 적응한 작가들이 살아남아 대박 작가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웹소설은 흔히
‘엄지로 읽는다’
라고 한다.
흥미로우면 클릭하지만,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바로 뒤로 가버린다. 단문 위주,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다 가독성 때문이다.
웹소설의 성공은 초반 5편(편당 5,500자 내외 기준) 이내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아니, 1편으로 충분하다는 에디터도 있다.
출판사나 투고나 공모전도 보통 20편, 10만자 내외의 작품을 요구한다.
그 정도만 봐도 팔릴지 안 팔릴지 견적이 나온다는 소리다.
내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
진짜 중요한 반전은 후반에 나온다!
이런 거 소용없으니까 가장 흥미롭고 솔깃한 부분은 맨 앞에 써야 한다.
간혹 유명 소설가들이 웹소설 연재를 한다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천명관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 소설을 연재했다.
이외수 작가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도 종이책보다 웹소설 연재가 먼저였다.
그 작품들이 웹소설로서 성공했을까?
천명관 작가는 12만명 남짓, 이외수 작가는 46만명 남짓의 독자가 읽었다.
책 부수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숫자지만 카카오페이지의 독자 수는 1화 클릭한 독자 수 만큼 카운트된다.
끝까지 유료결제하며 읽은 독자가 몇 명인지는 작가의 인세 통장만이 알려줄 뿐이다.
46만명이면 웹소설 중에서도 대박급이다. 하지만 12만명이라면...
음, 내 데뷔작이 18만 정도였다는 것만 조용히 밝혀두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흥행 여부가 아니다.
위의 두 작품은 기존 웹소설 독자들이 즐겨 소비하는 작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지.
웹소설 판은 장르 소설이 이끈다.
가장 큰 시장이 로맨스고 그 다음이 판타지, 무협이다. 스릴러 장르도 우리나라 웹소설 판에서는 마이너다.
순문학을 하려면 신춘문예, 계간지 쪽으로 가야 한다.
그쪽에 독자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10년 뒤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렇다.
나는 웹소설과 순문학 소설을 K팝과 클래식에 비유하곤 한다.
음악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지만 K팝 가수와 클래식 연주가는 마음가짐도 생존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웹소설은 예술보다는 산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돈으로 바꾸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예술로는 먹고살기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물건만 잘 떼어다 팔아도 밑지지는 않는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은 교향곡 지휘자가 아니라 데뷔를 꿈꾸는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최대한 많은 무대에 서야 하고, 날 위해 스스럼없이 결제 버튼을 누를 팬을 확보해야 한다.
어떡해서든 차트에 진입해야 하고, 피땀 흘려 만든 신곡이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만의 문장과 작품세계를 펼쳐 인정받고 싶다면?
그럼 웹소설 보다는 순문학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마시길.
독자와 작가, 시장과 작품 사이의 고민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 다음 편에서는 웹소설 수익, 억대 연봉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