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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무늬 Dec 09. 2018

웹소설 정말 돈 많이 벌어요?

억대 연봉 웹소설 작가가 수백 명이다!


돈. 

좋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처음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돈 때문이었다. 


문학한다는 사람이 너무 속물이라고? 

장르 문학도 문학이라지만, 스스로 문학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예술가가 아니라 노동자라 불려도 좋다. 

난 그저 좋아하고, 잘하며, 오랫동안 노력해온 일로 먹고살길 바랄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순문학은 정말 돈이 안 된다


나도 처음부터 웹소설을 썼던 건 아니었다. 


10년 이상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가가 되려면 그 길밖에 없는 줄 알았다. 


성과가 영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신춘문예 최종심에도 이름을 올리고, 폐간된 잡지의 신인상도 탔다. 


10여 년 동안 글로 번 돈은 상금 700만 원이 전부였다. 


소설 쓰겠다는 자식 앞에서 뒷골 잡으시는 부모님 심정이 이해 간다.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골프장 캐디로 그린을 누볐고, 최저시급도 못 받고 여행사에 다녔다. 


서양화 전공을 살려 입시 미술학원 강사, 중고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일했다. 


새 학기 첫날 폐강되었다는 통보를 뒤늦게 듣고 펑펑 울며 돌아온 날도 있었다. 


이미지메이킹 강사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모든 건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루 많으면 8시간, 적게는 4시간씩 꼬박 꼬박 소설을 썼다. 몸이 아파도, 여행을 가도,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일주일 이상 글을 손에서 놓았던 적이 없었다.


1만 시간은 거뜬히 넘긴 것 같다.

그때 내 꿈은 ‘소설로 한 달에 200만 원 벌기’였다. 


소박한 꿈이라고 생각한 건 나뿐이었다. 

문우들은 한목소리로 ‘꿈이 너무 크다’고 했다. 

막내 도련님 짝사랑하는 언년이 보듯 정신 차리라는 투였다. 


물론 나도 안다. 그것이 문학판에 대한 자조와 기어코 그 길을 가는 자신을 향한 푸념이었다는 걸. 






문예지 단편소설의 평균 고료는 200자 원고지 1매당 평균 8,679원이라고 한다.(2017년 문예연감 발표) 


최저는 5천 원, 최대는 1만5천 원이라고 하니 편차가 제법 크다. 단편소설 1편당 대략 4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를 받는 것이다.


한 달에 2~4편만 써도 먹고살 수 있지 않으냐고? 

매달 그렇게 많은 단편을 쏟아낼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다. 


썼다 해도 실어줄 문예지가 없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처럼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쓰면 돈도 벌고 명성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이 1년에 몇 편이나 나올까?


운이 좋아 작품집 출간 계약을 한다고 해도 받는 돈은 계약금 50만 원 남짓이 전부다. 


초판 2,000부에 인세 10%라고 하자. 작가 손에는 과연 얼마나 쥐어질까?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황당할 정도의 푼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지.
다들 본업은 따로 있잖아. 


맞다. 소설로 한 달에 200만 원 버는 건 확실히 너무나 큰 꿈이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는 따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글쓰기 강의를 하든, 출판사에서 일하든 ‘작품’과 ‘생업’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그게 화가 났다. 

소설로 빌딩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세 내고, 밥 사 먹고, 가끔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싶을 뿐인데 그게 안 된다고 하니까. 


이 길을 계속 걸을 자신이 없었다. 

소설을 놓고 싶지도 않았다. 


웹소설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도 그즈음이었다.






몇억씩 버는 작가가 수백 명이다


웹 소설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16년 1,8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 소설 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7년 2,70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매년 사상 최악이라는 출판 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6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소설 작가의 평균수입을 3,275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억대 수입을 올린 작가도 많고, 최정상급 작가들은 10억을 웃도는 수입을 거머쥐기도 한다. 


1억만으로도 눈이 돌아가는데 10억이라니. 

왜 드라마, 소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이 웹소설 계로 몰려드는지 알 것 같다. 



웹소설 시장의 양대산맥은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지라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밀리언페이지’라는 랭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100만 이상의 독자가 보거나, 10억 이상 수익을 낸 작품이 밀리언페이지에 올라간다. 


#믿고 보는 작품 #대세 #100만 히트작이 된 작품만 벌써 70작이 넘는다.(2018년 11월 기준) 


웹툰 포함이지만 한 해 동안 1억 이상 수익을 낸 작품 수는 무려 9,200여 작이고, 5억 이상 수익을 올린 작품도 160여 작에 이른다. 


누군가는 웹소설로 매년 억대 수입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 웹소설은 정식연재란 메리트가 있다.


‘오늘의 웹소설’ 작가가 되면 매달 고료를 받으며 작품을 연재한다. 작가별로 다르다지만 직장인 월급 수준은 된다고 한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작가에게 안정적인 고료는 퍽 매력적이다. 

거기에 미리 보기 수익도 따로 발생한다. 

편당 200원이라고 해도 독자 수가 많은 만큼 쏠쏠할 수밖에 없다.


원소스멀티유즈 시대에 걸맞게 웹소설은 웹툰, 드라마, 게임으로 재탄생된다. 

윤이수 작가의 <구르미 그린 달빛>. 정경윤 작가의 <김비서가 왜 이럴까?>등이 대표적이다. 


판권이 해외에 팔리기도 한다. 

비츄 작가의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웹툰화에 성공했다. 

중국 만화 플랫폼 텐센트동만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유료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웹소설 작가는 2차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인세도 가져간다. 

웹툰, 드라마 팬들이 원작을 찾기 때문에 독자가 새로 유입되기도 한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돈이 최고야. 늘 새로워.'



신인 작가도 한 작품으로 2,000만원


내 데뷔작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은 카카오페이지 기다리면무료(줄여서 '기다무'. 24시간, 12시간에 한 번씩 대여권을 주는 프로모션으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로 런칭 되었다. 


첫 달 인세로 500만 원을 벌었다. 


다음 달엔 400만 원, 그 다음 달엔 300만 원쯤 들어왔다. 


이렇게 계속 벌어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웹소설은 프로모션, 배너 광고 들어가는 초반 몇 달에 수익 대부분이 몰린다. 


몇 달 반짝하고 나면 매출이 팍 꺾인다. 

특별한 호재가 없다면 말이다. 



카카오페이지 독점연재 기간이 끝나면 리디북스, 네이버 북스등 다양한 이북 플랫폼에 올라간다. 

그때도 300만 원 정도 더 번 것 같다. 


지금도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꾸준히 인세가 들어온다. 


‘장편 10편을 깔면
어느 정도 생활은 된다.’
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종이책 보장 인세까지 포함하면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으로 번 돈은 2,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 작품은 현재 웹툰 제작 중인데 데뷔작치고는 꽤 잘 풀린 편에 속한다. 

공모전 당선된 작품이라 몇 개월 걸리는 기다무 심사도 안 거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무척 좋았다. 


차기작인 <완결후 에반젤린>은 기다무 심사에서 똑 떨어졌다. 네이버 심사도 떨어졌다. 

그래서 카카오페이지 소장권 프로모션 받고 독점연재에 들어갔는데 첫 인세가 800만 원 넘게 들어왔다.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라 놀라움이 컸다. 

독자 반응이 좋아서 기다무 승격이라는 매우 드문 행운도 얻었다. 


두 번째 달 인세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1월 말 기다무 런칭이 시작되면 수입이 확 늘 거라 예상한다. 



세 번째 소설인 <꿈꾸듯 달 보듬듯>도 여기저기 심사는 떨어졌지만, 나중에 크게 한 건 해줄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어떤 작품이 언제 터질 지 아무도 모른다. 

처음엔 묻힌 작품이 나중에 효자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네 번째, 다섯 번째 장편을 쓰고 있다. 


고되지만 쓰는 만큼 돈이 된다는 것. 

소설이 밥이 된다는 것에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웹소설 시장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존재한다. 


작가 10명 중 4명은 연간 천만 원도 못 번다. 

천만 원이 웬 말이냐, 수많은 작가가 인세를 ‘치킨값’에 비교하곤 한다. 


정말 치킨값이냐고? 


몇 마리를 시키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슬프게도 진짜 치킨값이다. 


그러나 웹소설은 순수 ‘글밥’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세계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생계를 잇는 것. 나아가 화끈한 대박을 꿈꾸는 것.


다른 분야는 어렵지만 웹소설은 된다. 


그러니 써보자.




고되지만 쓰는 만큼 돈이 된다는 것, 소설이 밥이 된다는 것에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다음 편에서는 '웹소설작가가 꼭 가져야 할 재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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