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내가 또 한권

글자가 모여 글이 되고 글이 모여 내가 되었다.

by serein

글로 감정을 쏟아내고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질수록

조금씩 정돈되어 가는 나를 느낀다.

원래 사람이라는 게,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 따라 말투가 닮아 가는 법이잖아.


나는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 가볍고 장난기 어린 말투가 내게 스며들었다.

그 말투는 친구들 앞에선

“조금 튄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말투를 쉽게 닮는 사람이라는 걸.


그저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온도에 스며드는 식이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은

빛나기보다는,

커다란 물고기들 속에 숨은 작은 물고기처럼

무리에 묻혀 살아가는 데 더 익숙한 사람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글을 자주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말투가 달라졌다.


단정해졌고,

차분해졌고,

조금은 더 내면을 닮아갔다.


신기했다.

글을 쓴다는 건

단지 '이야기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말투를, 내 얼굴을 새로 빚어가는 과정이었구나.


사람의 말이라는 건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말하는 것,

쓰는 것,

그려내는 것,

표현하는 것.


어느 하나가

나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고,

또는 새롭게 바꾸고,

그러면서도 나답게 정돈되는 것.


그 변화들을 하나하나 느끼는

예민한 내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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