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쳐야 존재하는 우리

너를 비추는 일, 나를 드러내는 일, 우리는 결국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by serein

오늘, 속이 좋지 않았다.


멍한 정신으로 택시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바깥이 유난히 또렷하다는 걸 느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유리창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이다.


신호에 잠시 멈춘 그 순간,

내 시야에는 개방감이 가득한 예쁜 카페가 들어왔다.


햇살이 스며드는 투명한 유리창 안,

마주 앉아 웃고 있는 사람들,

따뜻한 조명 아래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 모든 장면이 너무나 선명했다.


아, 유리이기에 가능한 풍경이구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인 건,

‘투명함’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만약 그 자리에 높은 벽이 있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안의 온기,

사람들의 표정,

조용히 흐르던 공기마저…

아마 전부 놓쳤을 테다.


신호가 바뀌고, 택시는 다시 출발했다.

그 순간,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과 마주했다.


피곤해 보이진 않을까,

지쳐 있진 않을까.

질문들이 조용히 떠올랐다.


유리는 나를 숨김없이 비추었다.

감정의 얼룩마저 고스란히 품은 채,

아무 말 없이 나를 껴안았다.


우리는 결국, 서로를 비추며 존재하는 거구나.


내가 ‘나’일 수 있는 건

내 앞에 ‘너’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우리’일 수 있기에 가능한 거다.


투명하다는 건 드러낸다는 것이고,

드러낸다는 건 믿는다는 거다.


유리창처럼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건

때론 아프고, 상처 나기도 하겠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언젠가

빛을 받아 반짝이게 될 것이다.


나도 그런 유리처럼 살고 싶다.

누군가에게 선명한 따뜻함으로,

누군가를 비추는 투명함으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눈동자 속에서

내가 나로 존재하고 있음을,


조용히,

그 투명함 속에서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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